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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협력 사업과 민관 유착 사업의 거리 / 김도경(성균중국연구소)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5-07-01
  • 조회수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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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민관 협력 사업(public-private partnership, ppp)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3월‘민관 협력 사업’교육이 지방 및 부처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후, 안후이(安徽)성을 시작으로 각 지방 정부가 관련 문건을 속속 발표하였고, 12월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정부와 사회자본 간 협력추진에 관한 지도 의견」을 발표하여 이 사업에 대한 중앙 차원의 의지를 내비췄다. 그리고 올해 5월에는 국무원 판공청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 그리고 인민은행의 이름으로「공공서비스 영역 중 정부와 사회자본 간 협력 모델 확대에 관한 지도 의견」(이하「지도 의견」)을 배포하였다. 이를 계기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개별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민관 협력 사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리·공개하기도 하였다. 지난 20여 년간 간헐적으로, 그리고 실험적으로만추진되었던 민관 협력 사업 모델이 이제는 하나의‘국가 의지’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민관 협력 사업을 통한 경제성장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민관 협력 사업은 정부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공공서비스를 확충·운영하는 방식이다. 도로나 지하철, 하수처리시설, 쓰레기 소각장, 병원, 학교 등은 일반적으로 공공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재원을 마련해 그 설립과 운영을 맡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국 정부가 초기 건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정적 부담 때문에 민간 자본의 공공서비스 사업 참여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민간 자본이 초기 건설을 완료하면, 일정 기간 민간 자본이 그 운영을 맡도록 해주고, 만약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에는 정부가 그 차이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한국의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나 서울 지하철 9호선 등도 모두 이러한 방식의 민관 협력 사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민관 협력 사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현재 중국은 인프라 구축 및 공공 서비스 사업에 대한 투자를 다양한 차원에서 거론하고 있는데,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올해 3월에 있었던 양회에서 경제 성장을 위한 두 개의 엔진을 소개하면서 공공재 공급과 공공 서비스 사업의 확대를 그 하나의 엔진으로 지목한 바 있다. 도시인구의 증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신형도시화 전략 역시 인프라 투자와 공공 서비스 사업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일대일로(一對一路)’와 같은 국가전략도 중국내 인프라 투자의 수요를 일으키는 이유일 수 있다. 교통과 항만 등의 물류가‘일대일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내외적인 상황과 달리 지방정부의 재정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토지 자산에 바탕을 둔 융자 플랫폼에 대한 위기감은 이미 상당한 편이고, 채권 발행을 통해 일시적인 채무 위기는 해결할 수 있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지방정부가 건전한 재정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결국 공공 서비스 사업의 투자 필요와 지방정부의 재정 능력을 함께 고려한다면, 민관 협력 사업은 선택적이라기보다는 필연적이라고 봐야 한다. 민간 자본의 도움없이는 공공 서비스의 확충과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동시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올해 사업 내역을 살펴보면, 민관 협력 사업을 통해 중국이 희망하는 바람이 충분히 실현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우선 그 규모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이번에 공개된 민관 협력 사업의 총 수는 1,043개이고, 전체 투자 금액은 1.97조 위안이다. 중국 매체는 사업의 전체 규모가 현재 공개된 것보다 더 클 것이라 예상하는데, 왜냐하면 이번에 공개된 내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방정부의 전체 민관 협력 사업 중에서 1/3만 선별해 공개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37개 도시는 이미 지하철 건설 사업을 위한 비준을 획득한 상태이고, 그 전체 투자 금액만도 7.4조 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지하철 사업의 대부분은 민관 협력 사업의 형식을 띠고 있다. 게다가 민관 협력 사업의 범위가 단순히 인프라 건설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수처리시설이나 쓰레기 소각장 같은 환경관련 사업은 물론, 병원이나 양로원, 학교, 유치원, 공원 등도 이번에 공개된 세부 사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호응 역시 예전과 달리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장쑤(江蘇)와 안후이, 쓰촨(四川)과 같은 지방은 민관 협력 사업에 대한 열의가 상당한 편이다. 물론 상하이(上海)나 톈진(天津)처럼 민관협력 사업의 구체적인 사업 내역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지방도 있지만, 중앙에서만 민관 협력 사업을 강조하던 예전의 분위기를 떠올려 본다면 지금의 변화는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만약 현재 공개된 사업들이 모두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들은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지 않으면서도 도시에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 사회가 이 민관 협력 사업을 꼭 낙관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필요와 방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들이 대단히 많다. 과연 어떤 문제가 있기에 중국 사회가 민관 협력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일까?

지방정부의 신뢰 문제

일반적으로 민관 협력 사업의 문제점은 공공재와 시장 사이의 모순에서 찾아지는 경우가 많다. 공공재가 영리 활동의 대상이 되는 순간, 그 폐해가 고스란히 일반 시민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의 지하철 4호선이 그 대표적인 예일 수 있다. 민관 협력 사업으로 추진된 지하철 4호선은 요금 산정 과정에서 연간 이용 고객 수를 잘못 추정하였고, 이로 인해 예상보다 20년 빠른 2011년에 벌써 운영 사업체가 2억 위안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 이익이 주로 일반 시민들의 지하철 요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재의 시장거래는 결국 자본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현재 중국의 민관 협력 사업에서 주로 부각되는 문제는 공공재의 시장 거래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신뢰이다. 즉 이전의 사례를 보았을 때, 지방정부와 민간자본의 협력 사업은 주로 민간자본의 손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사업 참여에 따른 수익을 민간자본이 확신하지 못하는 한, 중국의 민관 협력 사업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는데, 우선 지금까지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었던 민관 협력 사업의 방식은 건설-운영-이양의 BOT(Build-Operate-Transfer)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많은 논자들은 그 실제 양상에서는‘운영’이 생략된 BT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민간 파트너가 대부분 국유기업이었거나 혹은 융자 플랫폼에 기초해 세워진 기업이었기 때문에, 건설이 끝나면 얼마 안 되어 지방정부에 이양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결국 많은 지방 정부들은 지금도 여전히 민관 협력 사업을 BT와 등치시키곤 한다. 민간자본을 ‘봉[寃大頭]’으로 생각하는 한, 민간자본의 참여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지방정부를 불신케 만드는 여러 가지 경험적 사례가 존재한다. 최초의 협의 과정에서는 운영을 통한 투자비 회수를 보장했지만 건설이 완료된 후에는 광고수익 등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었고, 민간 협력 사업을 통해 건설된 교량 옆에 지방정부가 새로운 교량을 추가하여 사업 운영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었다. 사용자 요금을 협의할 수 있는 기구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사업 운영자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었으며, 국가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민간 사업자가 홀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 보조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정부는 민간 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운영 기간 동안 재정 보조를 약속하곤 하는데, 현재 중국의 민관 협력 사업에서는 이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편이다. 지방정부의 세수재정과 예산체계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최초의 재정 보조는 얼마든지 축소되거나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 민간자본의 판단이다.

한 사회에서 신뢰(trust)가 보통 제도화를 통해 처리되듯이, 위와 같은 지방정부의 신뢰 문제 역시 제도화를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많은 논자들이 민관 협력 사업의 전제 조건으로 관련 법령의 정비를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으며, 지난 5월의「지도 의견」이 법적 체계 건설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관(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국에서라면, ‘관’이 먼저 공식적으로 민관 협력 사업의 리스크를 부담하겠다고 나서야 ‘민(民)’의 참여가 촉진될 수 있다.

민관 ‘유착’ 사업의 가능성은?

그런데 이상에서 살펴본 문제들은 어쩌면 부수적인 것일 수 있다. 공공재의 시장 거래에 따른 부작용이나 지방정부의 신뢰에서 비롯된 민간자본의 사업 참여 저조는 보완과 정비를 통해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만약 민관‘협력’사업이 민관‘유착’사업으로 변질된다면, 이는 사후적인 대처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다른 문제보다 더 크다. 즉 민관 협력이 민관 유착으로 흐르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부정부패에 속하는 사안으로, 감찰 이외에 별다른 예방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안이라면 사후적인 대처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민관 협력 사업은 그 대상이 공공재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이 모두 피해를 겪은 다음에 대처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지난 해 정협 위원의 자격이 박탈되었던 류잉샤(劉迎霞) 회장의 사례는 그런 점에서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2003년, 샹잉(翔鷹) 그룹의 류잉샤 회장은 1.2억 위안으로 치치하얼(齊齊哈爾) 시의 상수도 회사 지분 68%를 사들였는데, 이후 많은 치치하얼 시민들은 수돗물을 사용할 때마다 악취와 함께 까맣거나 노란 빛이 감도는 것을 발견하였다. 각종 매체는 샹잉 그룹이 지하수를 지표수라 속여 수질 검사를 받았고 수돗물의 소독 처리도 임의로 개조했다고 보도하였다. 그런데 그때마다 시 정부의 조사 결과는 언제나‘문제없음’이었다. 게다가 샹잉 그룹은 수도요금 인상에도 적극적이었는데, 2009년 치치하얼 시의 수도 요금은 톤당 4.2위안으로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그것보다 훨씬 비싼 전국 1등이었다. 결국 2011년 중국 수자원 투자공사가 치치하얼 시의 상수도 회사 지분을 다시 사들였고, 이때 류잉샤는 엄청난 차익을 남겼다. 당시 치치하얼 시민들은 치치하얼 시의 수도는 결국 류잉샤 회장의 현금인출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하였다.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의 마홍판(馬洪范) 부주임은 민관 협력 사업의 가장 안 좋은 사례로 류잉샤 회장의 사건을 거론한 바 있다. 물론 류잉샤 회장이 2003년 상수도 회사 지분을 사들였던 사회적 배경은 민관 협력 사업이 아니라 국유기업의 개혁이었지만, 민관 협력 사업도 얼마든지 이러한 유착관계로 흐를 수 있다.‘ 민’의 자본과‘관’의 권력이 공모해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지역을 따지는 일도 아니다. 과연 중국은 이 유착관계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을까? 다시 강조하지만, 공공재에 관한한 사후 대처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김도경 / 성균중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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