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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차이나 인사이트] '100년 가게'넘보는 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6-10-20
  • 조회수 202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최근 중국 정치를 연구하는 필자를 우리 기업인이 많이 찾는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5년 후 창당 100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의 장수 비결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사람이나 기업 모두 100년을 한결같이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데 독일 인구보다 많은 8800만 가까운 세계 최다의 당원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은 도대체 어떤 비결이 있기에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그 답을 찾아봤다.

서방은 중국 공산당의 일당제 지배에 회의적이다.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 다당제 도입만이 공산당 체제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이 서구식 정당제를 선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중국은 당 개혁만으로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이 이미 군주입헌제, 의회제, 다당제, 대통령제 등을 두루 시도해 봤지만 실행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의 미래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특유의 수축과 적응(atrophy and adaptation) 능력을 발휘하며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 공산당이 아래로부터의 지지 없이 강제만을 일삼았다면 옛 소련이나 동구권의 전철을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내구력에 다른 원천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크게 여덟 가지다.

우선 위기의식이다. 중국 공산당은 항상 긴장감을 유지한다. 당이 국민으로부터 멀어지면 한낱 ‘진흙 속의 거인’이 되고 만다는 걸 중국 현대사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 조직이 관료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개혁의 칼을 빼 든다. 시진핑의 ‘파리든 호랑이든 다 때려잡자’는 반(反)부패 운동이나 사치바람 등 4대 악풍을 타도하자는 캠페인은 ‘인심의 향배가 당의 생사존망과 직결돼 있다’는 위기의식의 소산이다. 이런 위기감의 배경엔 중국 왕조의 흥망성쇠 주기율을 터득한 결과가 깔려 있다. 왕조의 평균 수명은 200년이고 왕조 성립 후 50~60년이 지나면 정체와 쇠퇴를 거듭했는데 현재 중국이 그 시기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는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점이다. 당의 모든 간부는 직급에 상관없이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중앙에서 현(縣)급 지방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설치된 3000여 개의 각급 당교(黨校)가 중심이다. 여기서 당 간부들은 주기적으로 중요 정책에서 세계 정세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를 치열하게 토론하고 학습한다. 간부로서의 자세를 다지고 새로운 시대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시진핑의 ‘시작합시다(那就開始?)’라는 한마디로 시작되는 정치국 집단학습은 중국 최고 지도부의 공부 모임이기도 하다.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시기부터 시작된 정치국 집단학습은 연 8~9회 개최되며 올해 초까지 이미 107회를 넘었다.

셋째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속어에 ‘당이 결정하면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박수를 치고 정치협상회의는 만세를 부른다’는 게 있다. 이처럼 당은 중국의 길을 설계한다. 그러나 실현 가능한 지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함으로써 정책적 신뢰와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해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의 당 대회 보고서를 보면 북한과 같은 ‘휘황한 설계도’ 대신 중국이 처한 대내외 환경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한 부분이 많다. 실례로 당 지도부는 지금까지 스스로를 G2국가라 부르는 법이 없다. 개발도상국의 대국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이 세계 80위권 밖에 있는 국가에 불과하다고 밝힌 점도 단순한 외교적 수사는 아니다. 이런 솔직한 현실 인식은 공산당의 정책 거품을 제거하는 데 기여한다.

넷째는 유연성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모든 문화를 하나로 녹여내는 거대한 용광로와 같다. 중국 사회주의도 ‘휘어지기는 하지만 부러지지 않는다’는 속성을 가진다. 2002년 당 강령에는 공산당이 기존의 노동자·농민과 함께 지식인과 자본가도 대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더 이상 과거의 혁명정당에 머물지 않고 대중정당으로 전환한다는 선언이다.

중국은 자본주의를 흡수하는 데도 놀라운 신축성을 보여줬다. 필요한 자본주의 수단은 모두 받아들였다. 상(商)나라의 후예답게 선전과 상하이(上海)에 주식시장을 열었고 덩샤오핑(鄧小平)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구별하는 기준은 생산력을 높이고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가에 달려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런 유연성은 혁신을 불러오는 공간을 제공한다. 중국 공산당은 혁신만이 개혁개방 과정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장쩌민(江澤民)이 2002년 당 대회에서 90분에 걸친 고별 연설을 하면서 혁신은 민족을 진보하게 하는 영혼이라며 새로운 신(新)을 90번이나 강조한 배경이다.

다섯째는 차세대 양성이다. 중국 공산당은 좋은 간부는 자신의 치열한 노력과 함께 당 조직의 양성 시스템 속에서 배양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정치국 상무위원급 지도자는 적어도 20년 이상의 양성 과정을 거쳐 배출된다. 그 과정에서 두세 개 성(省)의 당 업무를 관장한다. 한 성의 인구가 수천만 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웬만한 나라 몇 개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

시진핑은 푸젠(福建)성과 저장(浙江)성, 상하이 당 서기를 거쳤고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허난(河南)성과 랴오닝(遼寧)성 당서기를 지냈다. 차세대 지도부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당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당서기도 정치력을 검증받는 중이다. 당의 고위 간부가 어떻게 선발되는가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적어도 누가 선발될 것인가를 예측하기는 수월하다. 우리와 같은 낙하산 인사가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섯째는 현장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일찍이 마오쩌둥(毛澤東)이 ‘조사 없이는 발언권도 없다’고 밝힌 이래 역대 지도자 모두 현장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도입은 1990년대 덩샤오핑이 선전 등 남부 지역을 시찰하며 언급한 내용을 정리한 결과였다.

시진핑도 1월 초 서부 지역 현지 조사를 통해 공급 측 개혁 등의 중요 메시지를 현장에서 발신했다. 이제 중국에서 대형 사건이 터지면 당정 지도부가 즉각 헬리콥터를 타고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정착됐다. 어떤 경우는 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방문해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관철하기도 한다. 시진핑은 지난 5년 동안 벽지인 허난성 란카오(蘭考)현을 세 번이나 방문해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빈곤 퇴치 바람을 일으켰다.

일곱째는 연속성을 선호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우리의 정치 풍토와 달리 중국 공산당은 우선 전임자의 낡은 부대에 자신의 새 술을 붓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색깔을 강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1981년 중국 공산당이 채택한 역사 결의는 문화대혁명을 비판하고 새 지도부의 개혁개방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혁에 가장 책임이 컸던 마오쩌둥에 대해 ‘공(功)은 70%, 과(過)는 30%’로 정리했다. 역사는 청산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란 걸 학습해온 결과다.

지금도 헌법과 당 강령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이 남아 있다. 비록 강조점을 달리하고 해석을 달리하지만 정통성과 합법성의 근거를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중국 정치의 호흡이 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고위 간부 중 새 지도부가 꾸려졌음에도 같은 직책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왕후닝(王?寧)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은 장쩌민 시기부터 3대째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끝으로 당원들이 미래 비전을 공유한다. 흔히 중국 간부는 위의 지시에 따라 한목소리만 낸다는 핀잔을 받는다. 그러나 위에서 비전을 만들면 여러 층위에서 이를 회람하고, 또 기층 현장의 여론을 수렴해 위로 보내는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있다. 또 이런 비전을 만들기 위해 정치국 상무위원이 담당하고 있는 당 중앙정책연구실을 비롯해 수많은 전략기구를 둔다.

물론 중국 공산당이 뛰어난 수축과 적응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근본적 위기는 참여와 경쟁, 효율, 소통, 책임성, 반응성 등 민주주의의 부족에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100년 내구력에는 유연성과 학습, 현장 등의 요소가 잘 결합돼 나타난다. 지배구조의 변화 없이도 내부 혁신을 통해 100년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중앙일보 A26면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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