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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문 자산과 현실 정치 / 양갑용(성균중국연구소)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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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이란 두 가지 차원의 의미를 포함한다하나는 사람()’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의 차원이다일반적으로 사람이란 이상적인 사람을 말하며이상적인 인성(人性)의 관념을 지칭한다따라서 인문의 과 이란 이상적인 의미의 상호 보완을 말하며교양과 문화지혜와 덕성이해와 비판이해와 운용문화와 전통심미와 이성 등이 총화된 철학적인 수사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인문이 사조로 자리 잡은 이른바 인문정신(人文精神)’이 90년대 중국에서 유행했다시장경제의 흐름 속에서 공리주의의 범람을 우려하여사람인문’,‘ 인문교육(人文敎育)’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비판적 시각이 인문학자와 문학 예술가를 중심으로 확산됨에 따라 이른바 인문정신에 대한 새로운 사조가 퍼져 나갔다.

중국 정치에서 인문 자산의 활용


인문정신은 일종의 자유의 정신으로 학문과 사유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지 정치의 영역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그러나 중국 정치에서 인문정신특히 문화와 전통이해와 비판교양과 문화 측면에서 인문 자산의 활용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특히 한시(漢詩)나 성어(成語등 고대 지혜를 폭넓게 활용하는 지도자들의 언술은 중국의 인문정신이 현실정치에 풍부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국가이익이 충돌하고 사회이익이 경쟁하는 살벌한 정치세계에서 은유와 상징은 분명 정치의 새로운 모습이다예컨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나 대답하기 곤란한 문제에 직면하였을 때 인문학적 수사로 한시를 인용하거나 성어를 써가면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하고 에둘러 완곡한 표현으로 입장을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문정신과 분명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인문정신의 근간은 중국의 학계에서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자유정신이며비판적 정신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현실정치에서 특히 고위급 지도자들에게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중국의 인문 자산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분명 이것은 자유주의 비판성에 기인한 소위 말하는 인문정신과는 그 차원을 달리하지만경쟁과 갈등모순과 대립이 즉자적으로 마주하는 긴장감 있는 정치세계를 은유상징 등 메타포가 깃든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가진 풍부한 인문자산의 다른 표현이며중국 정치에 있어서 인문학적인 상상력은 때론 갈등과 경쟁이라는 즉자적 대립을 대자적 대립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은유와 상징으로 속내를 드러낸 시진핑


2013년 6월 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였다당시 시진핑(習近平)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시를 액자와 족자로 만들어 선물하였다당시 시진핑이 선물한 한시는 왕창령(王昌齡, 698-755)의 시인데왕창령의 시寒雨江夜入吳平明送客楚山孤 洛陽親友如相問一片氷心在玉壺”(찬비 내리는 강 따라 밤에 오나라에 들어 왔는데해 뜰 무렵에 나그네를 보내려 하니 초나라 산이 외로워하네낙양의 벗들이 서로 물을 것같으면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 항아리에 있다고 하게나)를 인용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는 애틋한 심정을 표현하였다.


부용루(芙蓉樓)는 강소성(江蘇省전장(鎭江)에 있는 누각이다이곳은 처음 오나라 땅이었다가 나중에 초나라 땅이 된 곳이다왕창링은 절친 신점(辛漸)을 낙양(洛陽)으로 떠나보내기 직전에 이 시를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낙양은9개 왕조의 수도로 서울을 의미한다시진핑은 왕창링의 시를 이용하여 중국을 국빈 방문해서 시안(西安)으로 떠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마음을 옛 시의 인용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이 시 역시 은유와 상징의 연속으로 직접적으로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중국과 중국인의 마음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인문 자산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볼 수 있다.

 

정치 공간을 여백의 공간으로 활용한 원자바오

 

당대 현실정치에서 중국의 인문자산을 가장 많이 활용했던 지도자는 아마도 원자바오(溫家寶총리로 기억될 것이다원자바오 전 총리는 한시와 옛 명언을 즐겨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심지어 원자바오 전 총리가 인용한 글귀를 모은 책이 중국에서 출간되기도 하였다왕룽린(汪龍수도사범대 문학원 교수와 허창장(何長江국무원 기관사무관리국판공청 부주임이 최근 펴낸 온문이아(溫文爾雅)는 원 총리가 인용한 시와 명언 100여 편에 대한 문학적 해설과 그 발언이 나오게 된 정치적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이 책을 들여다 보면 권력 갈등과 조정에 늘 노출되어 있는 정치인의 면모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오히려 지나치게 문학인으로예술인으로 채색되어 있다이러한 이미지는 원자바오의 서민적 이미지와 결합하여 정치와 권력의 살벌함을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중국정치의 연성화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원자바오의 낭만적인 정치적 자산을 예로 들어보자. 2013년 3월 6일 당시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는 제12기 전국인대1차회의 쓰촨(四川)성 대표단 전체회의에 참석하여 대표들의 정부공작보고에 대한 의견과 건의를 청취하고 의미심장한 은퇴의 말을 하였다. “지난 10년간 국무원 총리를 맡았고 이제 그 임기가 끝나고 있다올해가 마지막으로 하는 정부공작보고다오늘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또한 여러분과 이별을 고하기 위해 왔다지난 10년 우리나라의 발전을 돌이켜보면 평범하지 않은 10년이었다나는 인민들이 내게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준 데 대해서 매우 감사하고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한다내게 믿음과 용기와 힘을 주었다총리에 취임할 즈음 나 자신은 한 가지 목표를 정하였다그것은 바로 나태하지 않고 노력하여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경제를 더욱 크게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한껏 끌어올리고 사회를 더 크게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인민의 기대는 곧 우리 노력의 방향이었으며 인민의 염원은 우리들이 분투하는 목표였다우리들이 하는 모든 것은 인민을 위해서다인민의 만족과 불만족기쁨과 기쁘지 않음찬성과 찬성하지 않음 모두 우리들의 업무를 돌아보게 하는 기준이었다최근 만약 여러 인민에 유익한 일을 했다면 그것은 모두 인민이 보낸 신뢰이해 그리고 지지의 결과이다또한 반드시 그 공은 인민에게 돌아가야 한다인민은 역사의 창조자이다만약 어떤 일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그것은 나 개인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니 인민들의 양해를 기대한다.‘ 어린 새가 더 아름답게 노래한다(雛鳳淸於老鳳聲).’나는 후임자가 나보다 훨씬 잘할 것으로 믿는다이제 은퇴의 시점에 나는 인민에 대한 깊은 경의와 감격의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다나는 우리나라가 미래에 더욱 더 아름답고 좋은 나라가 되고 인민의 생활이 더욱 더 행복해지기를 희망한다.”


당시 원자바오는 후임 리커창(克强총리가 자신보다 더 일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희망을 어린 새가 더 아름답게 노래한다(雛鳳淸於老鳳聲)”는 시 한 소절로 표현하였다당시 원자바오가 인용한 시는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시 歲裁詩走馬成, 冷灰殘燭動離情桐花萬裏丹山路雛鳳淸於老鳳聲이다. “雛鳳淸於老鳳聲은 청출어람(淸出於藍)을 뜻하는 것으로 후임 총리가 자신보다 일을 잘할 것이며 그러길 바라는 마음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이 역시 정치적 공간을 온화한 여백의 공간으로 재구성한 탁월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바오는 2003년 취임 기자회견에서는국가를 위한다면 살고 죽는 게 무슨 상관이며 어찌 화를 피하고 복을 쫓겠는가(苟利國家生死以豈因禍福避趨之)”라는 청말기의 정치가 임칙서(林則徐)의 시 한 구절을 인용하여 총리로써 강단 있는 자세를 드러내기도 했다당시 원자바오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온 마음으로 국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간결하고도 압축적으로 표현하였다이 역시 임칙서라는 중국이 가진 인문 자산을 적절하게 활용한 결과이다이밖에 원자바오는 양안관계의 화합과 통일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언급보다는내가 죽으면 대륙을 볼 수 있게 높은 산에 묻어다오대륙이 보이지 않으면 통곡할 수밖에(葬我於高山之上兮望我大陸,大陸不可見兮只有痛哭)”라는 신해혁명 원로 위여우런(於右任)의 시를 인용하여 양안관계를 대하는 자세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그 어떤 정치적 수사보다도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갈등의 공간에 해석의 여지를 두는 인문 자산

 

이렇게 중국 지도자들이 한시나 명언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정치적 여유가 있어서는 분명 아닐 것이다정치 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언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은유적인 표현즉 중의적인 표현으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아 갈등의 공간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자 하는 완충의 역할을 생각할 수 있다특히 은유를 사용한 중의적인 표현은 중국 지도자들이 즐겨 한시와 명언 등 인문 자산을 활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2006년 4월 21일 당시 미국 방문 중이던 후진타오(胡錦濤)는 예일대학에서의 연설에서양쯔강은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고세상은 새 사람들이 옛 사람들을 대신한다(長江後浪推前浪世上新人換舊人)”고 말하였다청년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로도 해석되는데당시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지도부 교체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도 해석되어 회자된 글귀이다이 글의 출처는 중광현문(增廣賢文)으로 중광현문은 중국 명대 시기에 편찬한 도가의 아동 계몽도서이며 석시현문(昔時賢文)고금현문(古今賢文)이라고도 한다이 책에는 각종 격언 등이 실려 있으며 후대에 끊임없이 추가되었다후진타오도 계몽서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청년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은 것이다이것이 후계구도의 변화와 관련하여 해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후진타오의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중국의 지도부 교체가 강물이 흘러가듯 순리대로 갈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로 읽히게 되는 중의적인 표현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당시 후진타오는 예일대학 연설에서 많은 한시와 성어를 활용하여 중국의 문화적 자산즉 인문 자산이 가진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예컨대,“ 백성이 오직 나라의 근본이다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다(民惟邦本固邦寧)”라고 옛 말씀을 인용하여 인본주의 정신을 강조하였다이 말은 ·오자지가(·五子之歌)에서 나오는 말로(나라 시기 우()의 손자 태강(太康)이 즉위하고 태강의 동생이五子之歌를 만들었다그 한 구절이 황조의 유훈이다백성은 가까이해야 하고가까이하지 않으면 안된다백성이 오직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을 튼튼히 하고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皇祖有訓民可近不可下民惟邦本本固邦寧)”에서 나온 말을 후진타오가 연설에서 활용한 것이다후진타오의 연설에서는 다음 글도 인용하고 있다. “세상에서 사람보다 귀한것은없다”(天地之間莫貴於人)며 사람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하였다이는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나오는 말로 손빈(孫玲)이 말하는 間於天地之間莫貴於人 (『孫殯兵法·月戰銀雀山漢墓竹簡本)”에서 따온 것이다천지간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며 후진타오 자신은 사람을 가장 중시 여기겠다는 의지를 이 구절을 이용해 표현하였다.


그 외에도 하늘의 운행이 굳세니 군자가 건괘의 이치를 살펴서 스스로 힘써 실천하고 쉬지 않는다(天行君子以自强不)”는 역경(易經)의 내용을 인용하기도하였다이는 개혁개방과 국가건설을 위한 중국 인민의 진취적 정신과 창조적 열정 그리고 발전 도상의 곤란 극복을 위한 완강한 기력을 표출한 것이다.“ 조화를 가장 귀하게 여긴다(和爲貴) ”역시 후진타오의 조화 사상을 표현한 글귀이다.“ 사람들이 서로 친하고 사람들이 서로 평등해야 천하는 모든 사람의 것(人人相親人人平等天下爲公)”이라는 표현은 후진타오 정부가 공평하고 조화로운 사회 건설에 주력하고 있음을 역설한 것으로 이 글귀는 강유위(康有爲)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또한 힘이 세다고 약한 측에 강요하지 않고(强不執)”,“ 부자라고 가난한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다(富不侮貧)”는 글귀 역시 묵자(墨子)의 정신을 계승한 것으로 자신의 철학을 선현의 글귀를 인용해 생명력과 권위 그리고 친화성을 도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마찬가지로 모든 나라와 협력하고 평화롭게 지내고(協和萬邦)”, “바다가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릇이 커야 많이 담을 수 있다(海納百川有容乃大)”는 것도 사실 임칙서(林則徐)의 말을 인용하여 중국의 미래를 표현한 것이다중국의 인문 자산이 모두 은유와 상징이 동원된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된 것들이다

정치적 곤경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활용되는 인문 자산

 

한시나 명언 그리고 성어의 활용은 은유와 메타포를 염두에 둔 중의적인 표현을 하기 위해서 두루 활용된 측면도 있지만완곡한 표현을 통해 정치적 곤경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2006년 4월 20일 후진타오는 미국방문 기간 부시 대통령과 가진 만찬의 건배사에서 언젠가 반드시 정상에 올라뭇 산들의 자그마함을 굽어보리라(會當凌絶頂一覽衆山小)”는 의미심장한 말로 중국의 속내를 표출하였다당시 해석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미관계를 처리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나 종국에는 중국이 정상에 올라설 것이라는 의지의 완곡한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중국의 성장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을 피해가면서 중국의 의지를 표출하기에 적절한 방법이 바로 인문 자산의 활용이었던 셈이다.


2009년 3월 13일 오전 원자바오는 양회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금융위기에 대해서 답변하고 있었다당시 중국의 경제정책에 의해 세계경제가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원자바오의 한 마디는 경제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었다원자바오는 한시 두 구절莫道今年春將盡明年春色倍{還人(금년 봄이 최선이었노라 말하지 마라내년 봄기운은 갑절로 사람을 끌게 될 것이다)”로 심경을 표출하였다원자바오가 인용한 한시의 바로 뒷 구절이 두십언(杜審言)의 시春日京中有懷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원자바오는 중국경제가 매우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으나 점점 나아져 내년에는 올해보다 한층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시 한소절로 표현한 것이다만약 원자바오가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면 그 해석을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가능했겠으나 미래 중국경제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시 구절로 대체함으로써 그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아 정공법이 갖추지 못한 완곡함으로 그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묘수를 찾아낸 것이다즉 올해 경제도 좋았지만 내년 경제는 사람들 이목을 끌 정도로 몰라보게 좋아질 것이라는 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현실 정치에서 통합의 메커니즘으로 활용되는 인문 자산

 

중국 정치지도자들의 한시나 명언 그리고 성어 활용은 중국의 인문자산을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통합의 주요 매개체가 되는 경우도 있다쉽게 말하면 한시와 명언 그리고 성어 등이 중국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화가 스며들어 있는 인문 자산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통합의 아이콘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예컨대2006년 4월 6일 뉴질랜드를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가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화교화인 대표단과 회견하면서 天行健君子以自閣不息地勢坤君子以厚德載物(해와 달의 굳건한 운행을 본받아 군자는 스스로 힘씀에 쉼이 없으며,두터운 땅이 자애롭게 만물을 싣고 기르듯 군자는 덕을 두텁게 하여 만물을 포용하라)”이라는 주역(周易)의 표현을 인용하였다. ‘자강불식(自閣不息)’과 후덕재물(厚德載物)’은 주역에 나오는 말로 중국의 인문 환경에 정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글귀이다이 글귀를 체화하고 있는 화교나 화인들은 중화민족내지 중국인이라는 통합된 인문 정신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공감대는 바로 공통의 정체성으로 연결되며이 차원에서 보면 중국 지도자들이 화려한 언술이나 다양한 고문의 적재적소 인용은 화인과 화교들에게는 통합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자강불식과 후덕재물은 시진핑과 매우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특히 후덕재물은 시진핑 주석의 인생 신조로 잘 알려져 있으며 중국 산시성 푸핑현의 그의 고향에는 후덕재물이라 적힌 현판도 걸려 있고 시진핑의 모교인 칭화대학의 교훈도 바로 자강불식후덕재물이다칭화대학의 원래 교훈은 自閣不息厚德載物 獨立精神自由思想이었으나 현재는 自閣不息厚德載物로 바뀌었다이와 같이 시진핑은 자신의 삶의 원칙으로서 자강불식과 후덕재물을 체현하고 자신 스스로의 의지와 마음을 굳세게 다지며 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덕을 통해서 만물을 포용한다는 생각으로 정치세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판단할 수있다주역의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좋은 메커니즘이 아닐 수 없다결국 지도자의 자세를 고대 성현의 문구에서 차용하여 현실세계에서 정치 이념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데 중국의 인문 자산이 차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의 방향과 지침 제공에 활용되는 인문 자산

 

고대 한시나 명언 등 중국의 인문 자산은 은유적 표현완곡한 의사 전달 수단뿐만 아니라 정치의 방향과 지침을 제공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예컨대 시진핑은 2013년 11월 9일 <중공중앙의 전면심화개혁의 약간의 중대 문제에 관한 결정>에 대한 설명에서도 고대 성어를 이용하여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을 강조하였다즉 不謀全局者不足謀一域(총체적인 각도에서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모 일개 영역의 문제도 잘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즉 일의 전체적인 국면이라는 각도에서 문제를 고려하고 처리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인문 자산을 활용한 것이다.이 글귀는 청나라 진담연(陳澹然)의 寤言二遷都建藩議에 나오는 말로 不謀萬世者不足謀一時 不謀全局者不足謀一域에서 따온 것이다원래 뜻은어떤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서는 바로 모든 방면을 다 고려해야 하고구체적인 방면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국면에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2013년 12월 10에 있었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있었던 천하의 어려운 일은 쉬운 일부터 시작하고 천하의 큰 일은 미세한 일부터 시작한다(天下難事必作於易天下大事必作於細)”는 말 역시 일을 처리하고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서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이는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제 63장에 나오는 말로 한비자(韓非子)도 韓非子·喩老편에서 이 글귀를 인용하고 있으며 시진핑 또한 같은 취지로 이 문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또한 2013년 4월 7일에 열린 보아오 포럼 2013년 주제 강연 아시아와 세계의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창조하자(共同創造亞洲和世界的美好未來)그리고 2014년 3월 27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도 一花獨放不是春百花齊放春滿園이라는 시 한 구절을 인용하여 중국의 협력 방향을 피력한 적이 있다이 구절은고금현문에 나오는 말로한 떨기 꽃이 피었다고 봄이라 할 수 없고수많은 꽃이 함께 피어야 비로소 봄이다는 뜻으로 세계경제 정세가 중국 혼자 잘한다고 꽃 피는 봄이 오지 않으며 세계가 함께 공동 발전해야 비로소 봄이 만개한다는 뜻으로 공동발전의 방향을 제시한 은유적인 표현이다이러한 공동 발전의 필요성은 2013년 10월 3일에 있었던 시진핑의 인도네시아 국회에서의 연설에서도 그대로 투영되었다당시 시진핑은 互通有無”, 즉 남은 것을 서로 바꿔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의미로 중국과 아세안이 공동으로 손을 잡고 협력하자는 의지의 표현을 당나라 시인 한유(韓愈)원도(原道)爲之賈以通其有無에서 따온 한 구절이다.

 

중국의 인문 자산과 현실 정치

 

결국 중국의 주요 지도자들이 중국의 오랜 역사가 스며 있는 한시나 명언성어 등을 자주 활용하는 것은 현실정치의 공간을 권력 공간만이 아닌 인문이 침전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인문 자산이 중국의 현실 정치와 깊은 보완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중의적인 표현이나 메타포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언술을 제공하여 사색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여백의 정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물론 여기에는 자신들의 문화적 기반즉 인문자산이 여타 국가에 비해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깊게 스며들어있다인문 자산을 활용하여 때로는 직접적인 공격에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하고그 가운데 인문 자산을 문화적 자산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체득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문화적 자산은 앞서 언급한대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정치 현실에서 완곡한 표현과 곡선의 여유를 통해서 공격의 칼날을 무디게도 하며중국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화를 이해하는 동종의 중화민족들에게는 통합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기도 한다물론 이러한 노력은 지도자 개인의 언어 품격이나 인격적인 매력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독자들에게는 맥락을 찾아내어 의도하는 대로 행간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필요로 한다.


지도자들이 의미가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여러 가지 한시와 명언성어 등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국의 문화적 자산특히 인문 자산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분명한 사실은 지도자들의 인문 자산 활용이 바로 정치의 인문화나 연성화를 이끌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순화시킬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인문 정신은 기본적으로 인문 자산이라는 토대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근간은 바로 비판 정신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중국의 문화적 자산인 인문 자산이 중국 정치의 전략적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적인 동력이나 수단이 될 수는 없겠지만그 메타포와 관련된 다양한 해석과 시각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정치의 공간을 권력에서 인문으로 확장하는 효과는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런 점에서 중국 정치지도자들의 현실 세계에 대한 담론이 때때로 인문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인문 자산으로 포장되는 것이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다만 현실 정치를 인문 자산으로 포장하는 지도자들의 언술 맥락을 찾아 행간을 오가야 하는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임은 분명하다.


양갑용/성균중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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