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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정치와 민주 정당성 / 장융러(베이징대)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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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당정 간부의 선발 및 임용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중국의 능력주의와 민주 정당성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많은 사람들은 민주를 경쟁 선거 중심의 정치 체제와 동일시하지만민주를 정당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반드시 하나의 구체적인 정치체제일 필요는 없다특히 필자는 링컨이 제시하였던 민유(民有, of the people)’, ‘민치(民治, by the people)’, ‘민향(民享, for the people)’의 세 가지 원칙에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유라는 원칙은 현재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정부는 일종의 재산처럼 해당 정치 공동체의 소유가 되어야 하고군주 개인이나 외국 통치자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그리고민향은 정부가 인민을 위해 봉사할 것을 요구하는데이는 민주 정치 체제가 아닌 군주 정치나 혹은 귀족 정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가장 어려운 원칙은 두 번째 민치이다이는 인민이 정부 통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적어도 자신의 대표를 보내어 정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중국에 능력주의가 시행된다고 할 때여기에 전제되어 있는 함의는 중국 정부의 통치가 민향이라는 차원에서는 양호한 편이지만공산당 집권의 체제에서는 민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2-2012, 간부선발 경쟁시험


2002년부터 2012년까지중국 공산당은 간부 선발에서 경쟁적 성격을 가미하는 일련의 개혁적 실험을 진행하였다.여기에는 공추공선(公推公選)’과 공추직선(公推直選)’의 두 가지 방식이 포함되었는데, ‘공추공선은 시험과 민주 추천그리고 여론조사 등을 결합한 방식이고, ‘공추직선은 경쟁 선거를 도입한 방식이다기존의 간부 선발 방식과 비교한다면투명성과 경쟁성이 그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으며표면적으로는 민주적인 정당성을 획득하는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2012년 이후에 중요한 변화가 발생하였다. 2012년 11월 중공 18대 보고는 간부 선발의 경쟁 방식을 정비한다고 하였는데, 2013년 6월에 있었던 전국 조직공작회의에서 새로운 지도부는 간부 선발의 경쟁 방식을 더 이상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나아가 2013년 11월에 있었던 18기 3중전회는 인재 등용의 기본적인 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하였는데하나는 당이 간부를 관리한다는 것[黨管幹部]’이고다른 하나는 효율과 간편함[有效管用簡便易行]’을 추구한다는 것이며마지막 하나는 간부 선발에서 단순한 시험이나 간단한 투표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이다이러한 방향은 결국 2014년 1월 14일에 발표된 당정 지도 간부 선발 임용 업무에 대한 조례로 귀결되었다이 조례의 제50조는 경쟁 선발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지도 직위에 공석이 발생하고 해당 지역 및 해당 부문에 적합한 인물이 없는 경우특히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보충이 필요한 경우에는 공개 선발을 진행할 수 있다지도 직위에 공석이 발생하고 해당 단위 및 해당 계통에 자격과 조건을 갖춘 사람이 많은 경우그리고 사람들의 의견을 쉽게 종합되지 못하는 경우 경쟁을 통해 선출할 수 있다.”


어째서 민주화로 향할 것 같던 개혁이 멈추게 된 것일까중공 18기 3중전회가 제기하였던 간부 선발 방식의 방향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중공 18기 3중전회에서는 세 가지 방향이 강조되었는데이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되었던 개혁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첫 번째 비판은 간부 업무에 대한 중공의 지도가 약화되었다는 것이고두 번째 비판은 지나치게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며세 번째 비판은 점수로만 사람을 뽑고’, ‘표로만 사람을 뽑는’ 현상이 뚜렷해져서 정말 능력 있는 간부가 선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비판을 이해하려면, ‘공추공선과 공추직선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우선 공추공선의 전 과정이 비교적 잘 나타난 사례로 2003년 장쑤성(江蘇省쉬저(徐州페이현(沛縣)에서 진행되었던 현 지사 선발을 들 수 있다이 공동 선출의 과정은 여섯 단계로 이뤄졌는데우선 (1) 등록과 자격 심사를 거쳐 70여 명이 선발되었다이어서 (2) 두 번의 민주 추천 단계를 밟았는데첫 번째 추천에 참가한 이는 부처(副處)급 이상의 간부들로그들은 70여 명 중 12명을 선발하였다두 번째 추천 과정에는 현직 부시(副市)급 이상의 간부가 참가하였는데,그들은 12명 중에서 다시 6명을 걸렀다세 번째로 (3) 6명의 후보들은 각자 기층 좌담회와 현장 조사에 참여하여 8시간 이내에 조사연구 보고서를 작성·제출하였다또한 (4) 후보자들은 경선 연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여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았으며아울러 여론조사 팀은 여론조사 표를 작성하였다조사연구 보고서와 연설 및 답변그리고 여론조사는 각각 30%, 30%, 40%의 비율로 반영되어 최종 순위가 정해졌다그 다음 (5) 성 위원회가 심사를 진행하여 시 상무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하였고마지막으로 (6) 전체 시 위원회 위원들이 표결을 통해 최종 인선을 마무리 하였다.물론 최종 인선을 거친 사람도 형식적으로는 현 인대의 선거를 거쳐야 비로소 현 지사가 될 수 있었다. 2002년과2012년 사이, ‘공추공선의 방식은 중·하 급의 위임제 간부를 선발할 때 폭넓게 활용되었으며가장 높은 직위에 활용된 경우로 정청(正廳)급이 있었다.


반면 공추직선은 주로 현과 향진의 기층 당 조직 간부를 선발할 때 활용되었다특히 촌의 당 지부 서기와 향진의 당 위원회 서기를 선발할 때 주로 사용되었는데과거 이 직위는 당 조직이 지명하면 지방 당 전체위원회가 간접 선거를 통해 결정하였다그런데 공추직선에서는 군중의 공동 추천’ 방식이 도입되었고 당원의 직접 선거가 이뤄졌다이로 인해 지방 당 전체위원회의 선거 기능이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군중의 역할은 당원 중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일 수도 있고당 조직이 지명한 후보자에 대해 신임과 불신임의 투표를 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여론 지지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후보자를 걸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당원이 직접 선거를 하는 단계에서는 후보자가 연설과 답변을 하게 되고그에 따라 선거 경쟁이 자주 치열해지곤 하였다.


이제 중공 18기 3중전회가 간부 경쟁 선발에서 제기했던 비판을 살펴보자. ‘공추공선이든 아니면 공추직선이든 모두 어느 정도는 간부 선발과 임용에 대한 당 조직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만다본래 당 조직이 주로 행사하였던 추천권이 이제는 더 넓은 범위의 당정 간부와 군중에게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당 조직이 지명하려고 했던 사람이 공추공선과 공추직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리란 보장이 없다그런데 이렇게 되면 간부 인사에 대한 당 조직의 전체적인 구상이 모두 어긋나고 만다누구를 양성하고누구를 추천하며누구를 선발할 것인지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경쟁 선발에서 승리한 간부도 자주 그 성공을 자기 노력의 결과라고 간주하게 되고나아가 자기가 상급의 그 누구보다도 민주 정당성을 간지다고 생각하게 된다따라서 행정 업무 속에서 상급은 지휘에 따르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되고만약 간부의 경쟁 선발이 성급까지 확대된다면중앙과 지방 사이의 관계에도 비슷한 긴장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경쟁 선발의 절차가 복잡해지고 비교적 높은 비용을 요구하게 된다페이현 현지사의 공추공선을 보면두 차례의 추천에 쉬저우시의 많은 간부들이 참여해야 했고시험과 연설을 조직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만약 모든 간부 선발이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조직 부문은 바빠서 숨 돌릴 틈도 없을 것이며당정 체계의 전반이 간부 선발의 과정을 중심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점수로만 사람을 뽑고’, ‘표로만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 간부가 실제로는 무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판한 것이다시험이나 연설을 잘한다고 해서 실무에도 능숙한 것이 아니다특히 경쟁 선발에서 승리하려면 간부들은 다른 간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데이로 인해 간부는 패거리를 조직하게 되고또한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살까봐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그런데 현재 중국은 개혁을 깊은 부분으로까지 확대하고 있으며개혁은 이익 분배를 조정하는 데까지 미치고 있다제대로 된 일 처리는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매번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살까 걱정하는 간부는 이 시대의 요구와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한 때 흥성했던 간부의 경쟁 선발 실험은 2013년 이후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만약 간부 선발에서 경쟁 선발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민주를 구현할 것인가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군중노선에 입각한 교육 및 실천 활동을 제시하고 있으며제도적 틀을 저촉하지 않는 선에서 간부의 시정(施政풍격을 바꾸려 시도하고 있다.


군중노선은 중공이 혁명 시기에 민중의 지지를 획득하였던 중요한 경험이다현대 몇몇 정치학자들은 군중노선을 일종의 역방향의 참여라 부르기도 한다서구의 주류 정치참여 이론은 인민이 정책 결정의 암상자’ 속으로 들어가 직접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런데 이 역방향의 참여는 정책 결정자들이 자발적으로 인민 군중 속으로 들어가 민의를 청취하고 그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는 것이다. 이러한 군중노선의 교육과 실천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부분으로 구성된다우선 (1) 각 단위는 중앙문건 및 군중노선에 대한 고전적인 자료를 학습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하고 활동 전개를 위해 동원에 나선다이어서 (2) 지도부는 좌담회의 개최와 현장 답사 등의 방식으로 기층에 대한 조사 연구를 진행하고 군중의 의견을 청취한다그리고 (3) 지도부는 민주생활회를 개최하여 비판과 자기비판을 진행하고 현재 존재하고 있는 문제를 반성한다마지막으로 (4)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정 및 수정하여 그 문제들을 바로잡는다중공은 역사적으로 여러 번 문을 열어 당을 바로잡았던[開門政黨]’ 운동을 진행한 적 있는데그와 비교하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군중노선의 교육과 실천 활동은 매우 온화한 편이며군중 동원에 대한 강도도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마오쩌둥 시대에는 군중을 동원하고 나면 통제력을 잃는 경우가 많았고이로 인해 간부들이 두려움에 떠는 경우가 많았다.


간부 선발에서 경쟁적 요소를 가미했던 실험이 퇴조하고 군중노선이 부흥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이를 위해서는 더욱 추상적인 이론 문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중국의 능력주의 정치는 중공이라고 하는 레닌주의 정당을 기초로 전개되고 있으며그 속에서 능력주의 정치의 민주 정당성을 탐색하고 있다핵심은 결국 중공과 민주 정당성 사이의 관계이다.


중공과 민주 정당성


19세기 흥성했던 세계 공산주의 운동은 민주라는 깃발을 내세웠지만공산당이 말했던 민주는 단순한 정치적 민주가 아니었다더 많이 강조되었던 것은 경제적 민주와 사회적 민주였는데경제적 민주와 사회적 민주를 실현하려면 사유재산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그 어려움과 저항이 매우 컸기 때문에조직력을 갖춘 정당이 혁명의 주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었다레닌주의 정당의 조직 원칙이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다소련 공산당이든 아니면 중국 공산당이든 모두 높은 집권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고이로 인해 투명성과 개방성에 있어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련 공산당과 비교해보면 중국 공산당은 정권을 획득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오랫동안 궁핍한 농촌에서 유격전을 벌여야 했는데그 과정에서 이른바 군중노선이 제기되었다당원과 간부는 군중 속으로 깊이 들어가 군중의 요구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야 했고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쇄신[整黨]’을 진행할 때에도 군중 동원이 진행되어 군중의 의견이 비교적 많이 제기된 당원과 간부가 배제되곤 하였다이러한 방법은 당시 상황에서는 일종의 생존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실천이 거듭되면서 중국 공산당은 기층의 요구에 잘 응답해야겠다는 의식을 강하게 갖게 되었고나아가 담론의 주도권이 약할 수밖에 없는 민중을 조직하여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격려하였다.


링컨이 제기했던 세 가지 원칙에서 살펴보면군주 시대 중국에 있었던 유가의 민본’ 전통이 링컨이 말했던 민향과 만난다고 할 수 있다중공의 군중노선은 유가의 민본’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것이다중공의 군중노선이 유가의 민본과 다른 점은 그것이 군중에 대한 동원과 군중의 정치 참여를 포함하고 있고따라서 민치의 함의가 담겨있다는 사실이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군중노선의 군중조직과 군중동원은 그 주도권이 기본적으로 당 조직에 있기 때문에 군중의 자원이나 자발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나아가 이러한 참여는 규범화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엄격한 절차를 담보하기 어렵고따라서 경쟁 선거 제도와 함께 거론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이러한 비판의 시각에서 보면중국 공산당의 군중동원정치는 여전히 민치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으며, ‘눈에 보이는’ 절차의 정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평가하게 된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되었던 당정 간부 경쟁 선발 제도는 이러한 군중노선에 대한 비판을 실제로 많이 반영하였다고 할 수 있다중국에서는 다당제에 입각한 경선이 위헌일 뿐 아니라 집정당의 지도자를 전체 당원이 직접 선출하는 것 역시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정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어렵고 당이 간부를 관리하는 제도도 바꿀 수 없다면당정 체계 중에서 하층과 중층을 상대로만 실험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이를 바탕으로 간부 선발의 투명성과 경쟁성그리고 엄격한 절차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그 기본 가설은 만약 현직 간부가 경쟁 선발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민주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면 정체(整體)로서 중공 역시 더 높은 민주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리라는 것이다그러나10년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 가설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듀크대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이미 고인이 된 쉬텐젠(史天健)은 2002년 자신이 주관하였던 아시아 민주 현황에 대한 조사에서 중국 대륙과 타이완의 민중이 민주에 대해 매우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많은 사람들이 민주를 정의할 때 선거 절차가 아니라 민중에 대한 정부의 반응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주지하다시피타이완은 다당제 경선을 이미 실행하고 있다그런데 2002년부터 2012년까지의 여론을 보면대부분의 민중은 당정 간부의 경쟁 선발과 같은 실험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오로지 그 결과에만 집중했다나아가 결과적으로만 보면 경쟁 선발이 간부 개인의 민주 정당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집정당의 레닌주의 조직 원칙을 약화시킨 것 또한 사실이며정치 체계 내부의 마찰을 키운 것 또한 사실이다집정의 업적과 효과는 전당이 협력하여 이룬 결과이기 때문에만약 내부 마찰이 계속 증가하게 되면그 업적과 효과 역시 제고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마찰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계속해서 경쟁적 요소를 강화하여 정치체제의 구조적인 부분까지 나아가든지아니면 물러나서 중공 자신의 전통 속에서 그 자원을 찾는 것이다중국 지도부는 후자를 선택하였고현재의 상황에서 이것은 비교적 자연스러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이후구미의 여러 선진국들은 금융과 부채 위기를 경험하였고, ‘3의 민주화 물결을 겪었던 국가들은 정치체제 면에서 그다지 신통치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2008년 이후에도 높은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이러한 상황이라면 집정당이 애써 민주의 자태를 가지려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러났다는 표현은 능력주의 정치의 민주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필자가 보기에는 민향에 주의하여 민치의 형식을 조정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확실한 접근 방법이다가까운 미래에 최소한 다음과 같은 개혁 조치들이 기대되는데이를 통해 민주 정당성은 강화될 수 있고 통치 업적과 효과도 제고될 수 있다.


첫째, ‘군중노선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는 (1) ‘기층 방문[下訪]’ 및 그 효과를 간부의 일상적인 업적 평가 속에 반영하는 것이며그렇게 되면 기층 방문이 쇼로 흐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나아가 (2) 기층 민중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집정당과 민간사회 두 영역에서 교육 수준이 높고 언사가 뛰어나며 관리 능력이 있는 사회 중견층을 기층 사회의 지도자로 발탁해야 한다그들이 우선적으로 기층사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면흩어져 있는 민중을 상대로 정보를 수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둘째일반 시민이 해당 지역의 통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제를 만들어야 한다바꿔 말하자면지방의 주무 관료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계속 선발하지만그 임기 중에 반드시 해당 지역 시민이 신임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다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라면해당 지역 시민 중 무작위 추출을 통해 선정된 사람이 이 투표를 진행할 수도 있다평가 결과는 간부 인사 파일에 반영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차후 승진과 인사이동에 영향을 줘야 한다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정치적 포부를 가지고 있는 지방 관료들은 신임 투표를 일종의 시험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그 결과에 근거하여 자신의 시정 방식을 수정하게 될 것이다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군중노선을 더욱 강화하는 기제일 수 있다이러한 평가는 향진과 현시급에서 전개될 때 효과적인 반면성급으로 확대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왜냐하면 성급 행정단위는 상당히 큰 규모이기 때문에 민중이 관련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수 있으며따라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논점


마지막으로 중국의 정치 발전 경로에 대해 짤막한 의견을 제기해보고자 한다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중공은 산업화와 도시화를 가장 중요한 임무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중국이 전 세계 제일의 경제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이른바 중등소득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힘쓸 것이 분명하다정치 발전의 차원에서는 비교적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할 확률이 높다만약 경제 및 사회 발전에 따라 그 필요가 제기된다면 정치적으로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이는 조치가 마련될 수 있지만그럼에도 특정한 정치 체제 형식을 구현하기 위해서 애써 개혁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다른 국가와 경험을 나누면서 중국의 능력주의 정치가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또한 중국 정치제도의 민주화는 기존의 능력주의를 개선하는 것이지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이러한 실용주의적 정치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중국 경제가 심하게 흔들린다면그리고 산업 업그레이드를 통해 현존하는 일련의 사회 갈등들이 해결되지 못한다면민중은 정치 참여를 통해 자신의 경제적·사회적 요구를 실현하고자 할 것이고그렇게 되면 중국의 길에도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결국 핵심은 현재 중국의 능력주의 정치체제가 계속해서 경제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장융러(章永樂)/베이징대 법학원 (번역: 김도경/성균중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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