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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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투쟁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 / 최지영(단국대)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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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집권 이후 중국은 부패와의 전쟁으로 들끓고 있다개혁개방 35년이 흐른 오늘날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집권당으로서 공산당의 입지는 확고해졌으나개혁을 주도한 간부들의 부패로 인해 공산당의 정당성은 역설적으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이에 시진핑 체제는 출범 직후부터 독을 치료하기 위해 손목을 자르는 용기로 부패와의 전쟁을 치르겠다며 당·정 간부들의 부정부패 척결에 강력히 나서고 있다이 글은 중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반부패 투쟁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에 대해 간략히 짚어 보고자 한다.


통치 정당화를 위한 핵심 수단


부패 근절과 청렴한 정부의 구축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한 국가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쉽지 않은 문제이다중국에서도 고위 당·정 간부들의 부패는 정치 체제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라는 점에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큰 차이가 없다다만 중국에서 진행되는 반부패 투쟁이 갖는 함의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런 점에서 중국의 반부패 투쟁은 당의 주도’, ‘제도화’, 그리고 시진핑 시기 들어 강조되고 있는 투쟁의 강도 심화라는 차원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반부패 투쟁의 전 과정을 당이 주도한다는 것이다즉 중국에서 부패 척결은 당의 주도 하에 정치적,법적 처벌을 수반하는 고도로 정치화 된 과정이다특히 법적 처벌도 당이 실질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에서 사법기관이 주도하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부패 척결과 사뭇 구별된다이 같은 특성은 공산당 영도 하의 당-국가 체제라는 중국적 특수성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당 지도부에게 부정부패는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 공산당 집권의 정통성을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집권당으로서 중국 공산당은 혁명을 통해 건국(建國)을 주도하였다는 역사적 자부심과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이루었다는 업적으로 가지고 있다이와 함께 청렴하고 공정한 정치적 선진성을 유지하여 인민들에게 통치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해 왔다그런 점에서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는 공산당 통치에 핵심적인 정치적 선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안이며따라서 그 예방과 척결이 중국 공산당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권력형 부정부패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할 수 있는 정치적 과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즉 일당 체제인 중국에서는 선거라는 정치적 절차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이를 대신하여 당의 자체적인 정화(淨化)’ 노력을 외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당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은 그 과정을 통해 기득권에 대한 인민의 분노를 잠재우고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단결을 도모하여 일당체제를 유지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나아가 사회주의 중국은 당이 모든 국가기관을 영도하고 있다즉 권력의 분산과 이를 통한 견제와 균형이 인정되지 않는 중국에서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국가기관이 실질적으로 공산당의 영도를 받고 있는 것이다이 같은 당의 영도’ 원칙은 당·정 간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과정즉 반부패 투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문제는 이 경우 부패의 당사자가 스스로를 감독하고 예방하며 처벌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는 점이다따라서 중국에서 반부패 투쟁이란 당 자신이 감독의 대상임과 동시에 당의 주도적 지위는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중적 상황에서 그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투쟁은 당과 인민의 관계에서 정치적 선진성을 보여주어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고당과 국가 기관과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에 대한 당의 영도 원칙을 관철하고 부패척결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중국에서 부패척결은 반드시 당이 주도해야 하고당 스스로에 대한 효율적 검열과 사정(司正)을 통해 당의 정치적 선진성을 구현해야 하며이를 통해 당의 집권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그런 점에서 중국의 반부패 투쟁은 당 주도 하에 당과 국가국유기업의 고위간부 및 인사들을 대상으로 정치적·법적 처벌을 추진하는 고도로 정치화된 부정부패 척결 운동(campaign)’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반부패 투쟁의 제도화가 강조된다는 점이다중국에서 진행된 역대 반부패 정책은 부패현상을 바라보는 최고지도부의 시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마오쩌둥(毛澤東)은 부정부패를 인간의 사욕(私慾)’이라는 개인의 문제로 인식했기에정기적인 정치·사상교육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하였다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전위대로서 느슨해진 당원의 사상을 강화하는 삼반(三反)이나 오반(五反운동 등과 같은 대중운동방식이 많이 사용되었다법적으로는 1952년 4월 중화인민공화국 탐오(貪汚)징벌조례가 제정되어 뇌물수수에 따른 처벌을 규정하였는데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부정부패를 당의 기율 차원에서 접근하였고당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과 사회통합을 심각히 저해한다는 인식 하에 최대 사형이라는 중형을 부과하였던 것이다.


부정부패에 대한 제도적 구축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선부론(先富論)’을 통해 개인적 이익 추구가 가능해진 개혁개방 이후부터이다과감한 시장경제 기제의 도입은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지만동시에 중앙과 지방·하급 관료들 사이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는 부작용을 불러왔다다만 부정부패를 바라보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시각은 마오쩌둥과 다소 차이가 있어제도의 구축즉 조직과 법을 통한 행위규제를 그 대안으로 내놓았다덩샤오핑에서 시작된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법과 제도의 구축은 경제성장의 부작용이 가시화되는 후진타오(胡錦濤시기의2002년부터 어느 정도 가시화되었다.


그 중 당의 영도를 정점으로 하는 반부패 투쟁의 조직적 제도화는 2002년 16대 당장 수정을 통해 중앙 및 각급 기율검사위원회(이하 기율위)에 당·정 간부의 부패 안건을 총괄할 수 있는 반부패공작 조율소조를 설치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부패공작 조율소조에는 당 조직부국무원 감찰국과 심계서국가부패 예방국정법위원회와 인민 검찰원인민법원공안 등 당과 정부사법부문의 각 조직이 참여하며기율위 서기가 그 조장을 맡아 당의 영도를 실현한다당내 사정기관인 기율위는 1982년 ‘12에서 중앙위원회와 함께 동일 임기로 선출·구성되는 당의 영도기관으로 승격하였으며, ‘14’ 직후인 1993년 1월에는 국무원 감찰부를 합병하여 명실상부한 당·정 최고사정기관으로 발돋움하였다. ‘반부패공작 조율소조는 관련 기관들 간의 단순한 업무 네트워크가 아니라 기율위를 중심으로 반부패 업무에 대해 단일조직과 같은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당의 영도와 기율위의 실질적 관여라는 측면은 반부패공작 조율소조의 부패안건 처리 과정과 방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그림참조). 



중앙과 지방 각급 기율위와 중앙 기율위 산하의 기검감찰실 및 기율위 파출기구그리고 전국 각지에 파견된 중앙 순시조가 수리한 안건은 기율위가 공안기관에 앞서 수사를 하며 당위의 비준을 받은 후 정식으로 안건을 상정한다이때 상정된 안건의 피의자 등은 기율위와 감찰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인 수앙꾸이(雙規)’ 혹은 량즈(兩指)’에 의해 현직이 정지되거나 인신이 구속될 수 있으며, 정법위의 조율 하에 공안의 지원을 받아 압수수색지불중지해외출국 금지 등을 시킬 수도 있다일부 사건의 경우 당과 정부 차원에서 면직됨으로써[雙開일단락되기도 하지만고위 간부의 중대 사안은 대부분의 경우 사법기관에 이송·심의되어 법적 심판을 받게 된다사법기관으로 송치되어 검찰에 의한 기소와 재판이 이뤄지는 경우는 기율위의 입안수사와 당 차원의 정치적 결정이 내려진 이후의 과정이다특히 기율위는 반부패공작 조율소조를 통해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해당 사건의 당내 처리와 법적 처리절차 모두를 조율할 수 있다일반적으로 사법적 처리단계부터 언론에 해당 사건이 공개되어 보도되기 시작한다고 할 수 있으며사법기관에 송치가 결정된 경우 정치적 면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반부패 투쟁이 시진핑 집권 이후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그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시진핑 시기 반부패 투쟁은 기본적으로 개혁개방 이후 덩샤오핑과 전임 지도부의 법과 제도 구축을 통한 부패 예방과 척결이라는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다만 최근 보이는 양상은 과거와 달리 그 강도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집권 이후 시진핑은 고위간부의 부정부패에 대해 깃털(파리)’뿐 아니라 몸통(호랑이)’에 대해서도 엄격히 처벌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8대 이후 현재까지 39명이나 되는 부()부장급(·차관이상 당·정 간부(·급이상 포함 시65)가 처벌을 받았거나 그 조사가 진행 중이다지난 25년간 연 평균 5.8명의 부부장급 간부가 부패 문제로 처벌을 받았는데현재 그 규모가 6배 이상 보이고 있다또한 질적인 측면에서도 과거와 구별된다고 할 수 있는데무엇보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정법위원회 서기를 역임한 저우융캉(周永康)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조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물론 건국 이래 부패문제에 연루된 중앙 고위직 간부가 저우융캉 한 명인 것은 아니다. 1998년에는 베이징(北京)시 당 서기이자 정치국 위원이었던 천시퉁(陳希同)이 부정부패로 16년 형을 받았고, 2007년에는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이자 정치국 위원이었던 천량위(陳良宇)가 동일 죄목으로 18년 형을 언도받았다그리고 가깝게는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였던 보시라이(薄熙來)가 부정부패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바 있다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원로들의 퇴진과 집단지도 체제의 안착과정에서 정치국 상무위원과 같은 최고 지도층은 처벌대상이 되지 않곤 하였는데이러한 상황에서 상무위원을 역임한 저우융캉이 체포되고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수사를 공식화 한다는 것은 이미 현재 공산당 중앙이 저우융캉의 사법 처리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진핑 시기 반부패 투쟁이 급격히 강화된 것은 역설적으로 중국 내 당정 간부에 의한 부패사건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반증한다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중국은2012년 39, 2013년 40점으로 같은 중화권인 싱가포르(87, 86)나 홍콩(77, 75), 대만(61, 61뿐 아니라 일본(74, 74)이나 한국(56, 55등의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도 훨씬 낮으며태국(37, 35), 인도(36, 36)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중국에서 부패사건은 더 이상 특정인에 의한 일탈이 아닌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나아가 중국사회가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지속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후진적 정치사회 시스템을 청산하고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게임의 규칙을 정립하는 것이 절실하다과거 저임금에 의존한 대규모 자원 투입 형 경제시대에는 권위주의적 체제가 일견 효율적일 수 있었다그러나 선진국형의 고도화된 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 중심의 체제 보다 다양한 시장 주체가 자신의 혁신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며이를 위해서는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시진핑 시기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고 있는 전면적 개혁 심화나 부패와의 전쟁 등은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부패 투쟁의 과제


시진핑 시기의 반부패 투쟁은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당·정 간부들의 부패를 척결하여 당의 정치적 선진성과 도덕성에 대한 인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이를 통해 집권당으로서의 능력을 강화한다는 기존 맥락과 크게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없다물론 정치국 상무위원을 역임한 저우융캉도 사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다는 사실은 부정부패에 대한 현 지도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고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투쟁은 여전히 어려운 난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부패척결의 대상이 최고위 간부에게까지 확산되었음에도 부패의 몸통즉 현임 실세들에게는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이는 부패척결에 대한 공산당의 진정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가 될 수 있는데일부에서는 시진핑의 최종 목표가 장쩌민(江澤民등 전임 지도부의 권력기반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실제로 부정부패로 인해 낙마한 고위간부들을 살펴보면저우융캉을 위시한 석유방계 인사후진타오·원자바오 계열의 인사그리고 정협과 인대 등 당·정에서 상대적으로 비주류 인사들(이른바 종이 호랑이’)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즉 반부패 투쟁이 또다시 정적을 제거하거나 혹은 인민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대외 선전용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반부패 투쟁의 제도화가 사법기관의 독립성 강화인민들의 정치참여 확대와 같은 보다 포괄적 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반부패 투쟁에 대한 당의 통제 강화와 같은 제한적 형태로 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물론 18기 3중전회가 법원 등 사법기관의 독립성 강화를 개혁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지만당이 법원과 검찰의 인사권 등 각종 권한을 장악한 상황에서 사법기관의 실질적인 독립성은 여전히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이는 결국 반부패 투쟁이 지도부 의지에 기대어 엄벌주의나 이벤트 형태로 나타날 뿐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부패 문제는 간부들의 단순한 도덕 문제를 넘어서 체제 유지 및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다.과연 중국 공산당이 저우융캉을 넘어 또 다른 호랑이에게도 사정의 칼날을 겨눌 것인지당의 통제강화라는 차원에서 일신하여 인민들의 정치참여 확대와 국가기관의 독립성 및 투명성 확보의 포괄적 제도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지영/단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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