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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이희옥칼럼] 북한 개혁개방의 창: 중국, 베트남 그리고 에스토니아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9-01-03
  • 조회수 167

올해는 1978년 중국공산당 제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지 40년이 되는 해다. 이 회의에서 중국공산당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매진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개혁개방을 추진했다. 북한도 2018년 조선노동당 제7기 3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당의 모든 중점을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한다고 선언하면서 북한식 개혁개방을 시작했다. 특히 중국과 북한은 올해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정상화하고 개혁개방의 경험을 교류하기로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중국 방문 당시 베이징의 문헌정보센터와 중국농업과학원, 그리고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 등 개혁개방의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이러한 행보는 북한의 발전목표가 정보통신·농업혁신·인프라 건설에 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중국의 창을 통해 개혁개방의 가능성을 탐색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모델은 북한에 부담스러운 참고대상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한 면적의 80배,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지난 1978년 당시 인구가 9억6,000만명에 달하는 대국이었다. 또한 비교적 안정적인 미중관계 속에서 경제특구를 설치하고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했으며 1980년에는 미국의 도움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도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민족자본과 해외자본 사이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반면 북한은 접경에서 평양까지 두 시간이면 도달할 정도로 지정학적 완충지대가 좁고 중국판 중산층인 ‘돈주’들을 체제 내로 편입시키는 경험도 부족하며 정치적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해외직접투자를 무작정 수용하기도 어렵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베트남 모델에도 눈을 돌렸다. 북한학계에서도 베트남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가 있었고 김 위원장 자신도 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베트남은 해외원조를 개혁개방의 종잣돈으로 활용했고 이후 해외직접투자를 결합해 단계적으로 ‘도이모이’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었다. 또한 베트남이 개혁개방을 추진한 후 9년 만에 미국과 수교할 정도로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신뢰가 컸다는 점에서 북한이 약소국 베트남 모델을 검토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그러나 당 총서기 선출에 경쟁제도를 도입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등 베트남식 정치발전이 경제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한국과 중국 등의 하청기지가 돼 경제적 종속이 심화되는 것보다는 압축성장을 통해 다음 단계로 도약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했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 2,000달러에 불과했던 에스토니아가 짧은 시간에 2만달러 클럽에 가입한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이 이끄는 제4차 산업혁명을 모든 행정영역에 도입해 단번에 국가를 개조했다. 그 결과 정보통신산업은 GDP의 7%에 이르고 모든 금융거래가 인터넷뱅킹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10분 내 창업 등록이 가능할 정도가 됐다. 따라서 북한은 초기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고 동원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정보통신산업에 기초한 스마트시티를 실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8년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과학기술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일으킬 데 대하여’라는 문건도 이러한 북한의 방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현재 북한은 오랫동안 개혁개방을 거쳐 지금에 이른 미얀마와 유사한 발전단계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 잠재력은 갖췄다. 여기에 북일 협상을 통해 얻게 될 전쟁배상금은 신산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오랫동안 ‘부족의 경제’에서 기능을 상실한 유능한 관료의 확보, 경제적 기획 능력의 재건, 효율적 산업정책 등을 발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여기에 핵보유 국가에서 비핵국가로,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는 북한 주민의 사상해방이라는 과제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개혁개방은 시간의 문제일 뿐 달리 출구가 없다. 북한이 ‘전족한 여인처럼 걷지 말라’는 덩샤오핑 주석의 메시지를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원문: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11&aid=0003452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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