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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방어’에 담긴 중국군의 세계 전략 / 최형규(중앙일보)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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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국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백서는 제목이『중국의 군사 전략』이다. 전략의 대상은 주변국, 혹은 동북아가 아닌 전 세계다. 모두 6개 부문에 9000자에 달한다. 핵심은 한 마디로‘적극(積極)적 방어’다. 말을 순화해서 그렇지 사실은 “건들면다친다”는 뜻이다. 남이 공격하면 공격하겠다는 기존 방어 전략에서 공격 징후가 있으면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동북아 정세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중국군의 전략을 국방백서를 통해 분석해 보자. 중국은 1998년 이후 격년으로 국방백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올해로 9번째다.

 

국가안전정세

 

먼저 백서는 현재의 국제 정세를 전대미문의 대변화 국면으로 규정했다. 세계의 다극화, 경제의 글로벌화, 정보사회 심화가 이런 변화의 추동력이다. 그 변화가 바로 중국의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바로 미국의‘재균형(rebalancing) 전략’이다. 미국이 해군·공군력의 60%를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것은 중국 봉쇄 전략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을 중국의 주적으로 규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는 일본의 적극적인 전후 체제 이탈 움직임을 꼽았다.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분명해진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 움직임이 중국 안보에 위협이라고 명시하고 있다말하자면 미·일 동맹이 중국 안보의 최대 위협이라는 뜻이다. 셋째,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도 중국의 안보 위협으로 명시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이 가져올 한반도 불안정이 중국의 군사적 개입을 유도할 수 있고, 이 경우 미국과의 일전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중국군이 앞으로 한반도 현상 유지(status quo)를 위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타이완(臺灣) 문제나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도 중국 안보의 위협 범주에 넣었다. 이는 자국 내 시짱(西藏)과 신장(新彊), 네이멍구(內蒙古) 등 소수 민족의 분리 독립 운동을 의식한 정세 판단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미국과 일본, 한반도, 그리고 기타 국내외 극단주의자 등 4가지 안보위협을 지목하고 이에 대한 군사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군대사명과 전략임무

 

백서는 중화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강한 군대가 존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화부흥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배불리 먹고 사는 중진국 수준의 사회)을 실현하고, 신중국 건설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현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군이 지켜내야 할 구체적인 대상도 지목했다. 그 첫째가 공산주의 지도체제다. 이어 중국특색의 사회주의국가주권, 국가안전, 국가이익, 국가발전에 중요한 전략적 기회, 세계평화 등이 뒤따른다. 중국군의 제1사명은 국가의 주권이나 국가의 안전이 아니라 공산주의 지도 체제이고, 세계 평화는 맨 나중이라는 논리적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중국 당국은 그 순서가 중요도를 따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공산당 지도체제 보위를 가장 우선시하는 중국군의 사명관은 보편적 국제사회의 시각은 아니다. 중국군이 국가의 군대가 아닌 당의 군대라는 점을 고려해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군의 사명과 전략적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백서는‘전쟁하면 이기는 군대[能打勝仗]]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기는 군대를 위해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부언을 달고 있다. 현재 중국 사회 전반에 광풍처럼 불고 있는 혁신과 창조 분위기에 군도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적극 방어 전략 방침 

 

다양한 안보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중화 부흥’을 추진 중이다. 국가 안전 없는 중화 부흥이 가능하던가. 그래서 백서는‘이제 (지속가능한 안전을 위해) 실력을 발휘할 여지가 많아졌다[大有作爲]’고 강조한다.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사전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전략적 개념이다. 이는 2002 이후 중국의 대외 외교 및 군사 전략이었던‘유소작위(有所作爲: 할 일은 한다)’를 버리고 적극성과 공세성이 돋보인 새로운 대외 전략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그 적극성의 본질을 백서는“남이 나를 범하지 않으면 우리도 범하지 않겠다. 그러나 일단 우리를 범하면 우리는 반드시 응징한다[人不犯我, 我不犯人, 人若犯我, 我必犯人]”는 경고로 풀고 있다. 그리고 적극적 방어의 영역을 기존 육해공 영토를 넘어 해외 국익과 인터넷과 우주로 대폭 확대했다.

 

5월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 것은 대표적인 중국의 적극적 방어 전략의 일환이다. 당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모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중국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인공섬 건설이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중국의 반발에도) 해당 지역에 대한 정찰과 초계 활동을 계속”할 것이며,“ 중국은 다른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의 점유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큰 8.1㎢의 인공섬을 18개월 만에 건설했는데, 이는 국제적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남중국해 분쟁에서 군사적 해결은 안 된다”며“중국과 동남아시아 관련국들이‘남중국해행동강령(COC)’을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티브 워런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은 더 강했다. 그는“중국이 조성한 인공섬 중 하나에서무기를확인했다”고밝히면서,“ 인공섬의군사화에반대하며무기배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까지 했다. 워런 대변인은 무기의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샤군도)에 조성한 중국 인공섬 중 한 곳에 이동식 대포 2기가 설치된 사실을 미군 항공정찰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쑨젠궈(孫建國)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남중국해는 안정적이며 항해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고, (남중국해 주권은) 충분한 역사적, 법적 증거가 있기에 우리의 권리 주장에 반박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자오샤오줘(趙小卓) 중국 군사과학원 대교(대령과 준장 사이의 계급)는“(남중국해에서) 항공촬영을 하고 정찰기를 보내는 것이 이 지역에 유익한 것이냐”고 반문한 뒤 “그동안남중국해가 안정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절제 때문”이라며 역내불안의 원인을 미국으로 돌렸다. 그리고 중국군은 최근“어느 누구도 우리의 영토 주권을 침해할 수 없으며 인공섬 건설은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과의 일전불사의 의지를 다졌다. 중국은 남중국해 8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8개 인공섬을 건설했거나 건설 중이다.

 

군사역량 건설발전

 

백서는 적극적 방어를 위해 각 군의 구체적인 전략 조정을 밝히고 있는데, 우선 핵을 “국가 주권과 안전의 기초”라고 정의하며 핵전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전략군인 제2포병은 완벽한 상시 핵 운용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전쟁에 대비해 핵탄두를 늘리고 핵 타격 능력을 제고하겠다는 뜻이다. 이뿐이 아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타격 능력을 높이겠다고 명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 미사일 500-20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수백 기의 핵탄두가 앞으로 최대 1만 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2008년 국방백서를 통해 밝힌 신형핵무기 개발 중단 방침을 번복하고 오히려 핵 능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누가 봐도 방어가 아닌 공격을 염두에 둔 군사 전략이다해군은 기존의 단순한 근해 방어 개념에서 벗어나 근해 방어와 원해 호위를 동시에 수행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중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중국 해군은 이미 미국을 상대로 한 대양 해군의 원해 방위 개념을 추구하고 있으나 해군의 역량과 국제사회 반발 등을 고려해 용어를 순화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해군은 2014년 한 해만 100여 차례에 걸쳐 원양 훈련 및 항해를 하는 등 대양 해군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공군의 전략은 단순한 영공 방어에서 우주 방어로 확대됐다. 우주를 영공의 개념에 포함시켜 미래 우주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백서는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국가 간 전략 경쟁이 가장 치열하고 우주 무기가 출현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인터넷도 국가 방어 전략에 포함시켜 해커 등 공격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각 군의 전략만 진화한 게 아니다. 군의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한‘인재전략공정’계획도 밝히고 있다. 군 사관학교 등 교육 시설 개혁을 통해 교육과 군사훈련, 직업교육의 삼위일체형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군과 민의 연합 작전 능력 제고에 대한 계획도 공개됐다. 사회기초시설을 군과 민이 공동으로 건설해 유사시 군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항만과 우주, 항법장치, 기상, 주파수 등 사회간접자본의 대부분을 군민 혼용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유사시 군에 대한 후방 보급 체계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투쟁준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보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향후 중국 인민해방군의 쟁취 목표다. 이를 위해 정찰과 조기 경보 및 통제·제어 시스템 선진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1997년부터 러시아와 이스라엘에서 조기경보기 도입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압력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0 7월 이스라엘로부터 조기경보 및 통제체계(AWACS)에 필요한 팰콘 타입 레이더 4대를 구입하는 10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었으나 미국의 압력으로 무산됐다. 미국은 당시“국가의 전략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며 판매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이후 중국은 2006년 자체 개발한‘쿵징(空警·KJ)-2000’조기경보 지휘기와 KJ-200 경보통제기(Y-8)로 구성된 조기경보기 부대를 창설했다. 그러나 그해 6 KJ-2000은 실험 도중 추락해 탑승하고 있던 항공전자공학 전문가 35명이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중국은 연구 개발을 지속해 2009 10 1일 건국 기념일 열병식에 개량된 KJ-2000을 선보이며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국가로 부상했다당시‘중국 조기경보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왕샤오모(王小模) 중국공정원 원사는 “쿵징-2000은 조기경보기 가운데 가장 큰 안테나를 장착하고 있고 성능 면에서 미국의 E-767을 앞선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 경보기가 470㎞ 떨어진 목표물을 60-100개까지 동시에 추적하고 5-1만m 상공에서 시속 600-700㎞의 속도로 7-8시간 계속 비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군이 조기경보와 통제 및 제어에 필요한 기본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육·해·공군이 전시 지휘·통제·통신 일체화를 의미하는 이른바 3C 전투 시스템을 구축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군사안전협력

 

백서는 서문에서 어떤 형태의 패권주의와 강권주의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영원히 패권도 (군사적) 확장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중국 군대는 시종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확실한 역량으로 남겠다고 선언하고 있다그래서 동맹을 맺지 않으며 특정 국가와 대항하지 않고 특정 국가의 군사 관계를 표적으로 삼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논리에 근거해 백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다원화하고 지속적이며 더 심화되고 있다고 하였다. 시진핑 주석의 취임 이후 양국 군사 협력은 2013년 러시아 첨단 전투기인 SU-35 24기 판매에 이어 원양 합동군사훈련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양국 해군은 지중해에서 사상 처음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성공리에 마쳤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모델을 앞세워 미국에는 신형대국관계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서로 대항하지 말고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여 윈윈(win-win)하는 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 이익에는 동중국해에서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분쟁, 타이완 문제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는 미국의 핵심 이익과 겹치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이 요구하는 신형대국관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계평화를 보위한다는 중국군의 사명이 자국의 영토분쟁에서는 타국의 간섭을 불허하는 배타적 평화 보위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 소장이 올 중국 국방 백서 공개 이후“중국이 지역 헤게모니를 서서히 차지하겠다는 청사진”이라고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니스 블래스코 미해군분석센터(CNA) 분석가 역시“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진단했던 중국군의 야망 추세를 확인시켜준 것이며 새롭고 커다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성명”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최형규 /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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