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와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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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과 중국의 국익 / 제미 메출(대서양위원회)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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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고속철도와 통신이 한국과 중국의 동북부 지역을 이어줄 것이다. 이 회랑(回廊)을 통해 한국의 발전된 기술, 북한의 저임금 노동 및 천연자원, 그리고 중국의 제조업 기술이 합쳐져 세 나라가 이익을 공유하는 가치 사슬이 형성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이 이를 가능케 해줄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이 지역의 긴장을 완화시키고상호간의 이해를 촉진시키며, 동북아시아에 부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리고 이 한반도 통일에서 중국은 단순히 수혜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촉매자이기도 하다. 어째서 그럴까?

 

과거 6자회담에서의 중국

 

지난 30년 간 북한의 지도부는 자국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 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라크는 핵무기가 충분치 않아서 1차 및 2차 걸프 전쟁 당시 쉽게 공격을 당하였고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안보 보장의 약속을 받았다물론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라크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지켜본 북한은 위험천만의 세계에서 핵무기가 국가 주권과 안보를 보장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란은 자국의 핵능력을 제한할 수 있는 일련의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북한은 이란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고 외부세계와 단절되어있기 때문에 확실한 안보보장이 없다면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기고 있는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핵무장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믿지만 다른 국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북한이 핵무기를 갖추게 되면 주변의 모든 국가들이 위협을 느끼게 된다. 북한의 도발을 여러 차례 겪은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은 북한의 핵 무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들 국가들은 북한에 대해 매우 낮은 영향력만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의 햇볕정책과 1994년의 핵 협정의 경우처럼, 북한과의 지난 협상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은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 바 있다. 6자회담에서는 오직 중국만이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그리고 잠재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중국은 그 힘을 발휘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결국 6자회담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 회담은 표면적으로 다자간 협상의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과 북한 간의 양자 협상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중국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6자회담이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그 반대라면 별다른 소득이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언제나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된 이후,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후원국이었다. 북한은 중국의 원조와 정치적 지원에 힘입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오늘날 중국은 북한 에너지 수요의 90%와 군용식량을 책임지고 있다. 만약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유엔의 제재 조치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가 사라진다면,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수 있다.

 

1990년 극심한 기근을 겪었음에도 북한 정권이 붕괴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시 중국이 이를 강력히 원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국과 북한의 공산당은 1930년 이후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해왔고,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체제 유지로 이어졌다. 오늘날 북한의 공식 동맹국은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중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 주한 미군 사이에서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한다는 점은 사실이며, 타이완(臺灣)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의 존재 자체가 주한 미군의 활동을 제한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은 북한의 붕괴가 북한 난민의 중국 동북부 지역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의 생존을 도와주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호전성은 주한미군 주둔의 이유가 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에 참여해야 하는 합당한 근거가 되고 있다. 나아가 일본의 자위권 행사와 일본 헌법 제9조의 수정도 이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자칫 우발적인 사고를 낳을 수 있으며, 그 여파는 중국의 동북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이타주의 때문이 아니라 전략적 이득 때문에 중국은 지금까지 6자 회담에서 신중하게 대처했던 것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지만, 북한의 전략 수정을 위해 중국이 압력 행사에 나서지는 않았던 것은 사실이고, 이로 인해 6자 회담은 실패하고 말았다.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은 이제 북한의 내부 개혁에 박차를 가하거나 혹은 당초 기대했던 이익보다 더 큰 비용으로 북한의 핵무장에 대처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력 행사 가능성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경제적, 정치적 발전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개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런데 2013년 경제개혁과 북중 관계 전반을 이끌어 온 장성택이 처형당한 이후, 이러한 중국의 바람이 실현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이 시기를 즈음해 양국은 서로 노골적인 비난을 내놓기도 하였으며, 북중 접경 지역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동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기도 하였다. 향후 북중 관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북한 체제의 특성상 그 개혁의 가능 범위는 제한될 확률이 높다.

 

인민에 대한 공포정치는 북한체제의 핵심이다. 북한의 통치 합법성은 그 근거가 취약한 편이기 때문에, 만약 북한 인민의 삶을 통제하는 그 공포가 사라진다면, 북한 체제는 빠르게 붕괴될 수 있다. 나아가 북한에서 개혁이 의미 있게 추진되려면 통제 완화가 필수적이고, 시장 및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 이는 북한의 체제 유지 방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체제 개혁 가능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지연시킬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북한 체제가 혹 불안해지더라도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여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북아가 정세가 혹 불안해지더라도 한반도의 통일이 북한의 핵무장보다 더 낫다는 판단을 중국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몇 가지 수치가 이를 말해주는데, 2013년 중국과 북한의 무역량은 70 달러에 불과하였지만, 중국과 한국의 무역량은 거의 2,300억 달러에 다다랐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을 이미 일곱 여 차례 만났고, 양국 정상은 상대국의 수도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아직 방문하지 않은 상태이고, 김정은과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중국은 현재 한국과 자유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며 한국의 노하우와 투자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이익도 얻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한국은 G20포럼과 같은 중요 회의를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창립 회원국으로 한국은 이미 그 참여를 결정한 바 있다.

 

나아가 중국은 한반도 통일의 막대한 수혜자일 수 있다. 한반도 통일은 한국과 중국 동북부지역을 관통하는 첨단기술 지대로 이어질 수 있고, 핵 확산의 위협이 사라지면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이 전환의 시대에 선의를 내세워 다른 국가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지위에 올라설 수도 있다. 어쩌면 중국은 한반도 통일 이후 38선 이북으로 주한미군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협상을 주도할 수도 있고, 핵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한적인 예외 규정을 따로 둘 수도 있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로 인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자주 호전적 수사로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을 공격할 것이라 위협하지만, 실제로 북한이 이 국가들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의 위협은 허구에 가까운데, 왜냐하면 이들 국가 중 어느 한 곳을 공격한다면 북한도 붕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의 특성상,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따를 가능성도 없고, 핵무기 포기를 조건으로 재정적 지원이나 정치 정상화를 요구할 확률도 높지 않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확률은 높지 않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서라면 핵무장은 좋은 카드일 수 있다

 

중국의 선택과 그에 따른 시나리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예상되는 결과는 무엇일까? 중국의 행동반경을 줄이기 위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중국이 판단한다면,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압력 행사에 나설 확률이 높다. 중국은 이를 우선 6자회담의 구조 속에서 진행할 것인데, 물론 회담이라는 형식은 중국의 핵심 의도를 가리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압력 행사에 나설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그 외에 다른 방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는 자국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압박에 직면하여 기존 소득원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소득원을 찾아 나서겠지만, 중국의 원조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쉽게 찾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첫 번째 대안은 이전 후원국이었던 러시아이겠지만, 러시아는 저가 에너지와 국제 제제로 인해 북한을 돕기가 쉽지 않다. 한국도 대안일 수 있지만, 햇볕정책이 실패하기 이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가장 흥미로운 대안은 미얀마처럼 북한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이다. 물론 이데올로기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북한이 미국을 택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만약 중국의 원조가 줄어든 상황에서 다른 후원국마저 찾지 못한다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성장 방안을 강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거이다. 최근에 있었던 농업 및 산업 정책의 사전 개혁을 보면, 그러한 일이 이미 진행 중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지원이 부재한 체제 개혁은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나아가 이는 북한의 체제 개방을 유도할 수도 있다. 개혁이라는 것은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쉽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은 지금의 북한 체제와는 매우 다른 정치적 질서가 있을 때 비로소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북한은 지금 교차로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지도부는 생존을 위해서 핵무기와 경제성장이 모두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과 경제 성장의 필요성은 상호 모순적이다. 만약 북한이 핵무장을 고수한다면,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고 경제 역시 심각해질 수 있다. 만약 북한이 경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중국을 달래기 위해 자국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축소할 필요가 있고그렇다면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는 체제 개방이 초래될 수 있다

 

북한 정권이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중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들은 북한이 한국 경제 및 정치 체제 속으로 흡수되는 것이 차라리 합리적이라 판단할 수 있다. 과거 동독이 서독의 체제 속으로 편입되었던 것처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해체되고, 북한이 한국의 법을 따르며, 민주 선거를 거쳐 통일의 과정이 정당성을 얻게 될 때 비로소 한반도 통일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북한 정권의 붕괴는 국제 사회에 축복일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이 줄어들고 냉전의 기이한 유산도 사라질 수 있다. 경제성장은 촉진될 것이고, 북한에서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려온 인민의 삶은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을 제외한다면, 한반도 통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국제 사회에서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내비치고 있다. 옳은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략적인 이득 때문에 중국은 결국 북한과 한반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재평가하게 될 것이다.

 

제미 메츨(Jamie F. Metzl) / 대서양위원회 (번역: 이지윤 / 성균중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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