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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흔들기 / 서정경(성균중국연구소)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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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힘’의 역학관계로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현실주의 관점에 따른다면오늘날 국제정치를 규정하는 핵심요인은 기존 패권국 미국과 부상하는 강대국 중국간의 양자관계이다최근 동아시아를 둘러싼 미중 관계 구도 및 세력 양태가 사뭇 갈등지향적으로 흐른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태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중국의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자조(self-help)적 국제체제에서 자신의 힘을 불리고 상대에 대응하기 위한 빠르고 효과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는 동맹전략이 최근 미중 양국에 의해 전략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내재한 미국의 대중 견제

 

동맹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시대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비롯하여 근대 유럽가깝게는 제1, 2차 세계대전 동안에도 각국은 치열한 동맹 전략을 전개했다스티븐 월트(Stephen Walt)의 정의에 따르면동맹이란 두 개 이상의 주권국가들이 안보협력을 위해 맺는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협정으로서 유사시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조한 군사동맹 이외에도 묵시적 이해나 경제적·정치적 연합을 상정한 동맹관계도 가능하다따라서 동맹은 비단 전쟁뿐 아니라 국제정치 현상 전반을 설명하는 데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현상이다합리적 행위자인 국가는 자국의 안보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거나 타국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자국 혼자의 힘보다 타국과의 협력 시 이득이 크다고 판단된다면 동맹을 맺게 마련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아시아에서 부챗살 같은 양자 동맹 관계(Hub and Spoke)를 구축해왔다그런데 오바마 정부 시기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하 재균형 정책천명 이후 동아시아 핵심 동맹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호주필리핀태국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싱가폴뉴질랜드와의 관계망을 통해 미------인 삼각동맹을 중층적으로 더욱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미국의 재균형 정책은 전통적으로 미국-아메리카의 운명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다는 인식과 믿음에 기반하여 과거 부시 행정부 시기 중동에 편중되었던 미국의 자원과 시선을 아시아로 돌려야 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하였다그런데 아시아의 경우 중국의 부상이 가시화되면서 그에 대한 대응이 미국 외교의 핵심 사안이 되었기에 재균형 정책과 대중전략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갖게 되었다비록 재균형 정책의 실무 총사령탑을 맡았던 커트 캠벨(Kurt M. Campbell) 미 국무부 전(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미국의 재균형 정책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2012 1월 발표된 미 국방부 지침 및 정책의 시행단계에서 동맹을 포함한 군사적 요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사실이다같은 맥락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동아시아 핵심 동맹국 일본과의 유대 강화 및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재균형 정책의 핵심 연결고리인 일본의 협력을 끌어오기 위해 오바마는 중일간 첨예한 갈등 이슈인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문제에 관해 “동 섬은 미일공동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다”라고 천명함으로써 일본에게 일종의 ‘선물’을 선사했다최근 중국군 유해 송환 등 중국과 우호적 무드가 형성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검토”를 선제적으로 언급하면서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또한 MB정부시기 국민정서를 고려해 전격 취소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판본인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를 다시금 추진하고 있다명목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대중국 견제 동맹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기는 하지만미국은 대중국 포위망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사드의 한반도 배치나 한·미·일 간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는 3국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이미 “이 지역(한반도) MD를 배치하는 것은 역내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 “한중 관계를 희생시킬 것이다”라며 견제의 칼날을 드러내고 있다.



안보 이외의 차원에서도 미국은 애초부터 중국을 포함하지 않는 아시아 경제협력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 등 주요국들이 참여해 주기를 바라고같은 맥락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미국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차원에서 자유무역 이데올로기와 WTO 무역체제의 리더로서 아시아지역 경제통합의 주역이 되려는 것이다이처럼 미국은 재균형 정책을 통해 아시아지역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유대를 강화시킴으로써 중국에 대한 견제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미국의 재균형 정책으로 인해 인도를 대중국 대항마로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중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시기에 중동에서 손을 떼면 안 된다”등 재균형 정책에 비판적인 미국 내 보수인사들에서조차 중국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보면,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심리는 양국 간 막대한 무역량과는 또 다른 차원에 자리하고 있는 ‘객관적 현실’이다.



그렇지만 오바마의 재균형 정책이 초기의 호기어린 기세에 비해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특히 씨퀘스터(Sequester, 미국 연방 예산 자동 삭감 제도)에 따라 미국의 국방예산은 2021년까지 5천억 달러가 삭감될 전망이다외교적으로도 올해 4월 오바마의 일본 및 한국 순방은 기대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재균형 정책으로 이뤄진 것은 호주 다윈지역의 미 해병대 훈련소 확보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의도’와는 별개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판을 흔드는 중국의 힘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축을 기대했던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재균형 정책에 대해 내심 불편한 심경을 가지고 있다고대 중화질서관을 바탕으로 동아시아를 자신의 세력범위로 간주했던 중국 역시 미국의 견제와 봉쇄를 돌파하고자 주변국 특히 러시아와 준동맹 수준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대미 대응블록의 구축에 나서고 있다일반적으로 동맹을 형성하는 목적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balancing)일 경우가 많다는 이론적 주장처럼,중국 또한 같은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으며 역시 미국을 경계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하여 미국과 그 동맹세력에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도이다이러한 배경과 의도 하에 시진핑(習近平주석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또한 상하이 협력기구(SCO)를 통해 마련해온 협력노선을 바탕으로 중국은 올해 5 20-21일 푸틴의 방중기간 동안 러시아와 군사안보경제 부문에서 중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이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과 지위를 회복하려는 중국의 의도는 과거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푸틴의 행보와 서로 만나며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크림반도 사태로 자신감을 얻은 러시아 입장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는 데 매우 좋은 파트너인 셈이다중러 양국은 만날 때마다 내정간섭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히며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을 견제하고 있다미국의 동맹국 한국의 동해와 서해 쪽에서도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벌여왔을 뿐 아니라오바마가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미일공동방위조약의 적용대상이라고 천명하자 댜오위다오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중러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하였다과거1970년대 초 미·중·소 삼각관계에서 구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동맹을 맺었다면오늘날에는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을 맺고 있는 형국이다.



러시아와의 동맹관계 구축 이외에도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권 강화 움직임을 통해 미국의 재균형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남중국해 영유권 이슈에 대해 중국은 강경함과 외교적 유연함을 동시에 구사해왔다영토나 주권에 관한 문제에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 천명과 함께 베트남이나 필리핀 고위급 인사의 방중을 성사시키고 경제적 지원을 확대시키는 이중 전략을 전개해왔다이 가운데 작년 10월 베트남과 남중국해 유전 및 가스전 공동개발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5 2일 중국이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에 석유시추선을 일방적으로 설치하면서 베트남을 자극했다중국은 물리력을 동원하고감시선 순항활동을 늘리며해군력도 증대시키고군 기지를 건설하는 등 그로 인해 국제 여론이 악화되고 관련국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될 수도 있지만 남중국해 영토 수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는 단순히 민족주의의 발로인 것만은 아니다중국이 ‘중화민족의 대부흥’ 실현에 필수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동아시아 주요 수송로 및 천연자원에너지 개발구역을 차지하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며아울러 동아시아 지역에 대해 자신의 영향력과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2010년 힐러리 미 국무장관이 “남중국해에 미국의 국가이익이 걸려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미국은 대체로 중국과 대치상태에 있는 분쟁당사국 입장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발언과 행태를 보여 왔다유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이미 중국을 제소한 바 있는 필리핀그리고 현재 국제법적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는 베트남의 뒤에는 바로 이러한 미국이 존재하고 있다그러나 이미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선포 경험을 통해 미국 등 관련국들이 자신의 선제적 조치를 무력화시키거나 되돌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러한 미국의 무력함을 확인한 중국이 미국의 기존 영향력 및 재균형 정책을 무력화시키고자 동아시아 영토문제에서 더욱 공세적으로 나가고 있으며이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의 강대함’과 그에 비한 ‘미국의 무력함’을 은연 중에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필리핀 등과의 영유권 분쟁과는 별도로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최근 중국 외교에서 격상된‘주변외교(周邊外交)’의 틀 속에서 자신의 리더 위치 제고를 꾀하고 있다. 남중국해당사국행동선언(DOC)’의 행동지침(COC) 제정 협상에는 아세안 대 중국의 대립구도가 형성되지 않는 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작년 10월 주변국외교좌담회에서‘친()·성()·혜()·용()’개념1)을 제시하며 중국과 동아시아는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했고최근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4차 아시아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이하 신뢰회의)를 통해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훨씬 강도 높게 표명했다미국의 영향력이 강한 아세안지역포럼(ARF)에 비견되는 중국 주도의 다자간 아태안보협력체제를 지향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신뢰회의 직후 싱가폴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일본은 영해와 영공을 지키려는 동남아국가들을 지지하며 평화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였고미국도 이에 대한 지지입장으로 응수했다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경쟁 속 한국의 해법

 

사실상 냉전 이후 미국과 중국은 서로 “이익상관자론”, “평화부상론” 등의 담론을 주고받으며 상호 관계구도를 안정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더욱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G2인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협력해서 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대내외적으로 형성되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질적인 문명과 배경을 가진 강대국과 부상국 간에 세력전이가 평화적으로 이뤄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과거 국제관계 역사에 비추어 볼 때그리고 오늘날 동아시아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이 힘무기자원위신 등을 겨루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미중 관계가 소위 ‘신형대국관계’같은 공식 언명이 내포하듯이 이상적으로 전개되리라 예측하기란 어렵다.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세력 변화 구도를 정확히 읽고장기적 비전을 확립하며그에 맞는 다양한 층위의 전략 구도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 대한 흡인력을 강화하고자 치열하게 외교전을 벌이고 있고 한국에 대한 압박이 드세지는 가운데 한국이 주변 판세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자신의 핵심국익이 무엇인지기본원칙 및 레드라인 등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미중 양국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아울러 중국과 미국의 우려에 대해 한국이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파트너로서의 평화적 역할과 이미지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미중 갈등이 너무 심화되기 이전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러기 위해선 중견국가로서 한국이 미중 양국에 휘둘리지 않고 자주적 입장에서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고 아시아 차원에서 독자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서정경/성균중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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