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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의 재시동 / 지만수(한국금융연구원)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3-07-01
  • 조회수 201

경제개혁, 잃어버린 10 ?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진핑-리커창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중국 내외의 기대는“개혁의 재시동”으로 모아지고 있다. 경제시스템의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난 후진타오(胡錦濤) 정부 10년이“잃어버린 10년”이었다는 일부의 평가도 이러한 기대를 반영한다. 심지어 시진핑이 자주 언급하는“공리공담이 나라를 망친다(空談誤國)”는 말이 전임 정부의 경제개혁 성과가 부진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후진타오 정부 10년 동안 중국 경제의 실적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눈부신 실적을 보여주었다. 평균 경제성장률은 10.5%에 달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높은 경제성장률이다. 2008년 이후의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 경제를 큰 위기없이 이끈 것도 큰 공로이다. 세계무대에서 중국 경제의 위상도 강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의 경제개혁에 대해서는 평가가 야박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시장경제의 확립을 지향하는 지도부의 독자적인 비전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진타오 정부 전반기의 개혁은 주로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외생적으로 부과되었다. 2001 12월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이후 2006년까지 이어진 5년간의 가입의정서 상의 의무조항들을 이행하는 기간에 이루어진 각 분야의 제도개혁이 후진타오 정부 전반기(2003-2007) 개혁의 큰 줄기였다. 반면 후진타오 정부 후반기는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극도의 대외적 불안정에 직면한 시기였다. 이 시기 정부의 경제정책은 구조개혁보다는 경기안정화에 주력하였다.


두 번째는 균형적이고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하겠다는 집권 초기의 약속이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후진타오 정부는 2003년 집권 초기부터“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의 실현”,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 “민생 중심(以人爲本)”의 경제운영을 공언했었다. 삼농(農村, 農民, 農業)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면서 신농촌(新農村)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균형성장의 문제의식을 종합한 “과학적 발전관”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2007년 공산당 당헌(黨章)에 명시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이 모든 노력을 악화일로의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하였다. 실제로 사회보장제도의 완비 등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는 소득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고, 도시와 농촌의 격차도 줄어들지 않았다. 경기과열과 경기부양을 오가는 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득격차뿐 아니라, 자산과 부(wealth) 분배도 더욱 불평등해졌다.


결국 WTO가 요구하는 바를 넘어, 시장경제를 주체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독자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고, 시장경제가 초래한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정교한 슬로건들을 내걸긴 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개혁, 환율제도 변화, 자본시장의 개방, 국유기업 개혁, 호구제도 개혁등과 같이 민감한 개혁과제들은 뒤로 미뤄지기만 했다.


개혁의 두 가지 차원


그런데 개혁이란 결국 제도구축이다. 활력있고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제도를 보완하고 구축하는 과정이 바로 경제개혁인 셈이다. 이렇게 볼 때중국은 두 가지 차원의 제도구축 필요성에 직면해 있었다. 첫째는 시장체제의 완비라는 일반적인 제도발전 차원에서 요구되는 개혁이다. 길게 보면 중국은 아직도 계획경제에서 탈피하여 시장경제를 구축하는 장기적 이행의 과정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2001 12 WTO에 가입하고 가입양허안을 이행하기 위해 광범한 국내 제도변화를 추진했던 것은 이러한 차원의 개혁이라고 볼수있다.


둘째는 일반적인 시장경제의 완성이 아니라, 좀 더 특정한 지향을 내포하는 제도구축이다. 즉 한 나라의 특정한 시기, 특정한 경제발전 전략에 부합하도록 경제각 분야의 제도환경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제도변화이다예를 들어 WTO 가입 이후 중국은 2000년대 내내 수출-투자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구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 시기 중국의 시장과 제도는 기업의 투자수익성을 가장 잘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또 중국산 제품의 수출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 중국이 다국적기업의 제조업 기지로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되었다. 즉 금리통제를 통해 기업들의 자본비용을 낮추었으며, 환율통제를 통해 인민폐 환율을 높게 유지하였고, 노동시장은 저렴하고 풍부한 농민공들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축되었다. 또 외자기업의 투자에 대한다양한 우대조치가 제공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가지 차원의 제도변화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후진타오 후반기에 나타난 중국의 상황이 그러하였다. 체제변화를 훈수해 온 선진국의 관찰자들이나, 중국 내에서 성장한“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경제”를 바라는 엘리트들의 입장에서 보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많은 분야의 개혁이 지체되었다. 환율의 시장화가 그러하고, 금리자유화가 그러하고, 국유기업의 민영화가 그러하고, 도시와 농촌 노동시장의 통합, 즉 호구제도 개혁이 그러하다그렇지만 이러한 분야의 개혁이 지체된 것이 단지 후진타오-원자바오(溫家寶정부의 개혁의지가 약했기 때문은 아니다. 제도구축의 두 번째 차원, 즉 수출-투자중심의 성장전략과 이상적인 시장체제의 구축이 서로 충돌했기 때문에 이들 분야의 개혁이 늦어진 것이다. 가령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개방을 늦추면서 환율에 대한 통제를 유지할 수 있는 환율제도를 고수해야 했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금리자유화를 미루더라도 낮은 대출이자율을 유지해야 했다. 정부 주도로 투자를 확대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수단인 국유기업을 개혁하는 과제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저렴한 노동을 제공하는 농민공을 농촌호구로 묶어두는 것이 수출과 투자에 유리했다. 후진타오 정부 시기의 경제개혁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이라든가“개혁의 실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의 산물이다


시진핑의 "정층설계"


시진핑 시대에 중국 경제의 개혁이 재시동될 것이라고 관측하는 이유는 시진핑-리커창 개인이 전임자들보다 더“개혁적”인 성향을 가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앞에서 살펴본 제도구축의 두 가지 차원의 개혁 사이의 관계가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확실하게 바뀌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즉 과거 시장지향형 개혁의 발목을 잡았던 수출-투자 중심의 성장전략 자체가 바뀌고 있다. 수출과 투자중심의 성장모델을 내수소비가 더 큰 역할을 하는 새로운 모델로 바꾸겠다는 이른바“성장전략의 전환”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논의되기 시작하여 12 5개년 계획부터 중국 경제의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사실상 확정되었다. 비록 그 전환은 후진타오 정부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모색되고 선언되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수행하는 것은 시진핑 정부의 몫이다.


성장전략의 전환은 과거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을 위해 구축되었던 다양한 제도들의 역할을 재검토하도록 만든다. 만일 어떤 규제가 시장경제 체제 자체의 발전과는 상충(相衝)되는데도 불구하고 수출과 투자를 지원하려는 과거의 성장전략의 요구 때문에 유지되고 있었다면, 이제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전략 자체가 변화하면 그 규제가 사라지거나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성장전략의 핵심인 내수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로운 제도가 구축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과거 수출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구축했듯이 내수소비를 장기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또 다른 제도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대대적인 개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얘기다.


그 밖에도 시진핑 정부가 과감한 개혁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들이 있다우선 당장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크다.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크다전임 정부가 경제성장과 경기부양에 치중하면서 경제의 불균형과 기득권 집단의 이익추구 현상이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강력하다. 여론주도층과 대중 양측 모두에서 그러하다


또한 큰 방향이 이미 정해졌다는 것도 중요하다. “성장전략 전환”이라는 정책 전환의 큰 방향은 이미 지난 정부 시기부터 정립되어 있었다. 갓 정권을 잡은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후진타오 정부 후반기부터 정립되고 12 5개년 계획에서 구체화된, 중국 지도부 전체가 합의한 상위의 전략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 아래 있는 신지도부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초기부터 구체적인 개혁조치를 내놓을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이 형성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변화를 확신하게 만드는 것은 강력한 하향식(top-down) 개혁을 서두르는 시진핑의 동정이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취임하자마자, 2012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때부터 종합적인 상위전략에 기초를 둔 하위 부문들의 통합적인 개혁을 의미하는“정층설계(頂層設計, top-level design) ”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아직 국가주석 자리에는 오르기도 전이다. 나아가 그 정층설계에 기반한 분야별 개혁의“로드맵과 시간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 각 부처를 다그쳤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전국인대가 개최되기도 전인 2013 1 22, 12개 정부부처가 공동“중점산업의 기업합병과 구조조정에 대한 지도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전통산업에서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대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안을 내놓았다. 2013 2 6일에는 오랫동안 준비되었던“ 소득분배제도 개혁에 관한 의견”을 국무원이 발표하고, 부처별 정책 이행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들 두 정책은 각각 성장전략 전환의 공급측과 수요측의 핵심적인 변화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진핑-리커창이 막연히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분야별 개혁: 분야와 방향의 예측


이를 바탕으로 시진핑 시기 이루어질 경제개혁의 분야와 방향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즉“성장전략 전환”의 영향을 받는 분야에서, 수출-투자촉진을 위한 제도는 약화되고, 민간소비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들은 새로 구축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일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만일 이 과정에서 건전한 시장경제의 발전을 요구하는 내외의 목소리가 커진다면, 과거의 규제와 간섭은 더 적극적으로 완화하겠지만, 새로운 규제와 간섭을 도입하는 데는 더 신중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의 금리규제가 주로 대출이자율을 낮게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면, 새로운 성장전략 아래서는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 예금금리를 높여줄 필요성이 커진다. 이때 새로운 성장전략에 맞는 금리구조를 또 다른 금리규제를 통해 달성하기보다는, 금리자유화를 통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대출금리의 현실화와 예금금리의 인상이 이루어지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 외환, 노사관계, 인구, 기업, 사회보장 등 과거 중국의 성장전략이 구성하던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 주요 분야와 최근의 정책논의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개혁의 불확실성과 성장의 유혹


비록 시진핑 시대의 개혁의 강도나 방향을 대체로 에측할 수 있다고 해도, 개혁의 전과정은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다. 특히 각 분야의 제도가 특정한 성장전략이나 그로부터 파생되는 이해관계와 일체화되어 있기 때문에개혁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중국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 저항은 정부 정책에 대한 명시적인 반대보다는 에둘러 비판하는 다양한 논란과 논쟁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대내 금융개혁과 대외 금융개방 사이의 우선순위 문제, 최근의 높은 임금인상률이 적정한가의 문제, 국유기업의 역할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 호구제도 변화와 농민 재산권 인정 문제, 하향식 개혁의 적정성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개혁 자체가 야기할 불확실성도 큰 마당에, 복잡한 논란과 논쟁 속에 개혁 추진이 지지부진 장기화되면, 그것은 결국 성장을 짓누르고 개혁을 실종시킬 것이다그냥 예전처럼 투자와 수출을 지원하여 쉽게 경제성장하고 싶은 유혹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과연 중국이 단기 성장의 유혹을 이겨내고 중장기 성장을 위한 제도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만수/한국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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