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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로운 아시아 경제협력 모델 / 오승렬(한국외대)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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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인가최근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법치(法治)’를국제적으로는 ‘신형대국관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다구체적인 내용으로 국내에서는 반부패 운동을대외적으로는 신개발은행(NDB), 위기대응자금(CRA),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구상(RCEP) 등 중국 주도의 국제 경제기구 구상 및 상하이(上海협력기구의 협력 범주 확대를 실현 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11 11일부터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수평적 경제협력 방안 검토보다는 중국의 국력—새로운 아시아태평양 경제 질서 간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중국의 분위기 조성이 돋보였다중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 질서 재편 구상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동반자구상(TPP) 구상과 전략적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가 형성해 왔던 세계화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이와 같은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 조짐과 중국의 접근 방법이 한 단계 진전된 아시아지역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의미하는가아니면 새로운 양상의 국가주의와 보호주의가 얽힌 아시아의 신 냉전 구조를 의미하는가이는 한국을 포함하여 ‘대국’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다수의 아시아 역내 국가 및 지역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그 동안 중국과 관련하여 새로운 국제질서나 경제협력 방향에 대한 논의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국력의 신장을 중국이라는 국가의 ‘힘’으로 인식하고국제질서에 있어서 중국의 ‘위협’과 ‘긍정적 역할’의 가능성을 양분법적 관점에서 전망하거나 분석하는 양상을 보였다다른 한편아시아 및 동아시아그리고 동북아시아의 경제협력 방안은 무역 및 투자의 흐름을 중심으로 하는 정량적 분석과유럽연합(EU) 방식의 단계적이며 제도적인 경제통합 또는 경제공동체라는 ‘상상 속의 미래’를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그러나 최근 세계질서의 변화 방향과 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이해 당사자들의 전략적 움직임을 본다면 정치 및 안보적 고려와 경제협력 방안을 분리해서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다또 역사의 이른 시기부터 ‘국가’적 정체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한국과 중국그리고 일본이 EU의 제도적 경제통합을 그 협력의 궁극적 목표로 삼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EU 지역과는 달리 한국과 중국그리고 일본을 포함하는 아시아 지역은 역사의 시작과 함께 명확히 구분되는 문화와 국가적 정체성을 가지게 됐으며해양을 사이에 두고 분산돼 있고무엇보다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지역 국가들이 필요로 했던 경제규모의 한계 극복이나유사한 문화와 가치관을 배경으로 하는 시장 및 생산요소의 결합이 필수불가결한 것도 아니다중국과 한국일본그리고 ASEAN 국가들은 이미 각각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보유하고 있으며다국적 기업의 확산에 따른 경제의 세계화와 공급사슬(supply chain)의 형성은 아시아 지역 역내 경제 통합이 과연 가능한가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지게 한다더욱이 제한된 지역에 인구가 조밀한 특징을 가지는 아시아 지역의 생산요소 시장이나 상품 시장이 EU식으로 통합된다는 것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제시된 구두선으로서의 ‘경제통합’과 ‘경제공동체’라는 개념은 추상적이며 수사적 의미를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다.


신형대국 관계의 특징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직후중국은 자금 경색 국면에 빠졌던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자금력을 갖춘 국가로서 부상했다실질적으로 미국 국채를 포함한 달러 자산의 최대 보유국으로서 중국은 서방세계가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줬다그러나 2011 11월 하와이에서 있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즈음하여 미국이 21세기를 ‘미국의 태평양 세기’로 천명함으로써 소위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재균형 정책(re-balancing) 또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이 현실적 의미를 가지게 됐다또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자임했던 ‘흑기사’ 역할과 중국 경제력 성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 등이 어우러져 중국과 미국의 ‘신형대국 관계(major power relationship)’가 새로운 국제질서의 틀로 부각됐다그러나 신형대국 관계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인식은 간격을 보인다.


중국은 신형대국 관계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서로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일 없이 안정적 균형 속에서 세계질서를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물론 이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의 영향력과 힘이 주변국의 구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며중국이나 미국을 구심점으로 형성되는 지역 질서는 수직적인 형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즉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핵심이익(core interest)을 건드리지 않아도 될 만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넓다는 입장이다이에 비해‘신형대국 관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그 뉘앙스가 다소 다르다중국의 부상과 그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현재의 세계질서 안에서 중국과 협력하여 주요 현안을 해결한다는 입장이다중국의 부상에 대한 견제나 포용을 고려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중국의 힘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서체중용(西體中用)’의 입장이다현실적으로 2011년 이후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은 다면적 양상을 보였고중국의 힘에 대한 대응 방식도 변화했다양자 간의 관계에 있어서 중미관계는 역사상 가장 긴밀한 협조가 가능한 단계에 진입했다중국과 미국 정부는 매년 평균 70차례 이상의 다양한 소통(대화 및 협력통로를 유지해 왔으며중미전략 및 경제대화 등을 통해 경제협력을 포함한 양자 간의 문제를 다뤄왔다.


그러나 다자간 관계에 있어서 미국의 ‘중국 관리 정책’은 세계금융위기 직후의 협력 지향적 성격에서 공세적 견제로 선회했다대표적 사례가 2013 11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 직후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 편대가 이를 무시한 비행을 했고, 2014 4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길에서는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에 대한 일본과의 방위조약 적용 언급과 필리핀과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 체결이 있었으며이어 5월에 있었던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리라 대화)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의 남중국해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검토 등 한국 주둔 미 군사력의 증강과 사이버 공격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강경한 대 중국 태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미국은 중국을 ‘관리’하기 위해 대해 양자 간의 협력 기제와 다자적 국제관계에서의 견제라는 ‘당근과 채찍’의 양면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의 힘’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경제의 힘은 단순히 총량적 평가와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중국경제의 성장 환경은 2차 대전 이후 ‘아시아의 4소룡’ 성장기와는 다른 구조적 특징을 가진다. 2차 세계 대전 후 1950-80년대에 일본을 선두 주자로 해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중소형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게 된 기간은 전통적 제조업 및 수출 산업 발전과 이를 위한 국내 저축과 외환 확보를 통한 두 개의 격차(two-gap) 극복이 경제 성장의 관건이었다이에 비해 중국의 경제성장은 시장지향적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배경 요인으로서 지식기반 산업과 금융자본의 확산, WTO 체제 하에서의 세계화 및 다국적기업의 공급사슬 확산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인터넷과 수송 기술의 혁명적 변화에 힘입은 바 크다. ‘자본’보다 ‘잠재력’과 ‘기회’가 경제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서 자리 잡게 되었으며, BRICs의 등장은 이와 같은 상황에 기인한다중국은 13억 인구 대국으로서 체제전환의 동력과 거대한 시장과 성장 가능성의 잠재력을 고려한 외자 유입에 의해 급성장하게 된다결과적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무역 대국이자 외환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세계경제 구조의 변화는 중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했으며중국경제는 세계경제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적 역량은 일방적으로 힘을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적 연계성과 또 그로 인한 한계성을 가진다예를 들면중국 공산품 수출의 70%는 독자 또는 부분적 외자기업에 의한 것이며수출의 50%는 가공무역 형식으로 이뤄진다이는 중국이 비록 공급사슬에서는 ‘세계의 공장’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가치사슬(value chain)에서의 역할은 한계성을 지닌다는 점을 의미한다또 한국의 대외 수출에서 중국은 2005년 이후 부동의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일반적인 경영방식이 가공 또는 조립 후미국과 EU, 홍콩 또는 한국 국내시장으로 다시 수출하는 형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한중 경제관계 역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나 EU 시장과의 우회적 연관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양자 간의 경제관계로만 보기 어렵다이는 중국경제의 생산구조가 미국과EU, 일본 등의 수요에 대한 실제 의존도가 그 만큼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한국 기업계에서는 상품 영역에 따라 ‘중국 추격론’ 또는 ‘중국 추월론’이 힘을 얻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한국산 휴대전화기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중국 제품의 추격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본다면중국 산업의 기술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기술의 습득과 소화확산과 개발의 순환 과정으로 구성되는 기술생태계에서 특히 중국이 취약한 부분은 소화(적용)와 확산이다이와 같은 특성은 중국의 관(주도형 경제에 존재하는 독점적 산업구조각급 행정단위의 지역 경제 보호주의시장분할연안과 내륙 지역의 경제적 격차 등에 기인한다이와 같은 중국 기술생태계의 취약점으로 인해 여전히 많은 중국의 기업들이 자체 기술 개발 보다는 손쉽고 단기적으로 확보가 가능한 기술 수입또는 외자기업이 제공하는 기술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중국에 진입한 다국적 기업과 중국경제는 상호 보완적 공생 관계에 있다.


한편 세계 최대의 4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역시 ‘힘’일 뿐만 아니라 좀 더 다른 각도에서 객관적으로 본다면‘부담’과 ‘리스크’이다여전히 정부 통제 하에 놓인 중국의 외환시장과 제한된 민간 부문의 외환보유로 인해 중국에 유입된 외화의 80퍼센트는 중국 당국의 수중에서 관리된다일본의 경우전체 유입 외환 규모는 중국과 비슷하나,그 중 약 4분의 1 1조 달러 수준의 외환보유고만을 관리한다중국이 국제 금융 환경 변화와 정책 실패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리스크와 과도한 미국 국채 보유로 인한 포트폴리오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이유다중국은 아프리카 및 중남미중앙아시아의 자원과 서방의 자산 획득을 추진하지만한편 과도한 달러 자산 보유로 인해 미국의 경제정책에 덜미를 잡히고 있는 격이다아직 자본시장의 개방 수준이나 환율 안정성과 위안화의 투자 기회 등에서 한계성을 보이는 중국 화폐의 국제화 역시 갈 길이 멀다또 경제 현안에 대한 베이징(北京정부의 국가주의적 접근 성향은 위안화 국제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된다중국이 경제력과 거대한 시장을 통해 일방적인 ‘칼자루’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대외경제 전략의 비용-편익 구조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년 7월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은 한국방문과 브라질 브릭스 5개국 정상회의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와 함께 중국 주도로 AIIB, NDB  CRA 등의 새로운 경제기구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실크로드’ 구상은 중국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고자 한다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및 기업 사냥에 나선 중국 자본의 쓰나미 현상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급신장한 경제력에 힘입은 중국의 세(과시가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중국의 공세는 경제성장으로 축적된 힘의 자연스런 발산 과정으로 세계 중심축의 이동을 뜻하는 것인지아니면 시진핑의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한 과도한 국가주의의 발현인지는 한국경제의 미래나 동아시아의 새로운 협력 모델 모색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AIIB NDB ADB IMF의 한계성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서는 긍정적이지만, ‘보완적’이라기보다 중국의‘반감’ 표현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예를 들면내년에 출범할 NDB의 본부는 상하이(上海)에 두고초대 총재는 인디아가 맡는 나누기 식 일 처리 방식으로 인해 세계경제 질서의 개선이 아니라 중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AIIB 역시 시진핑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추상적인 ‘신 실크로드’ 구상과 연결돼 그 취지가 상쇄된 느낌이다중동을 포함한 분쟁지역 연도(沿道국가를 통과하는 육상 통로와 남중국해말라카 해협그리고 홍해를 통과하는 해상 통로가 수반하는 리스크 요인을 상쇄할 만큼 이들 프로젝트의 경제적 효과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세계정세가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어야 하고세계경제가 활기를 띠어야 한다아직 구체적 운영 방안이나 실질적인 사업 방향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지는 않지만중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 경제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출범함으로써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강조해 왔던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의 창출에 중국이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 됐다과연 이와 같은 상황의 전개가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 구축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인지또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인지가 이 글의 핵심적 고려 사항이다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중국 주도의 새로운 경제협력 구상들이 수반할 국제 정치경제적 비용-편익 구조를 평가해 봄으로써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중국이 추구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협력 모델은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눠 볼 수 있다.


(1) FTA 및 역내 경제통합 모델

FTA의 현실적 의미는 WTO FTA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명확해 질 수 있다상식적 논리에 근거해 판단한다면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를 확대 심화시켰으며더욱 강력한 자유무역 및 투자의 틀을 갖춘 WTO의 등장(1995.1)이후 FTA가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모순이다이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분쟁해결 기제를 통해 실효성을 갖춘 WTO체제가 요구하는 모든 회원 경제에 대한 동등한 대우(최혜국대우)의 원칙으로 인해 개별 국가 또는 지역이 대외경제와 관련하여 전략적 접근이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이를 우회하려는 회원국(경제)의 전략적 동기가 작용한 결과이다이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FTA가 경제학 교과서의 논의에서처럼 단순히 무역 및 투자 장벽을 낮춰 비교우위의 발전을 심화시킴으로써 양국 주민들의 복지수준을 높이는 순수한 경제 메커니즘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대외 경제관계를 외교 및 정치적 수단으로 간주해 왔다또 중국은 시장경제로의 전환기에 놓여있고또 다양한 경제구조와 지역 간의 격차를 가지는 인구13억 이상의 대국이라는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FTA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은 경제문제이자 국제정치적 대외전략으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중국을 구심점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접경 지역 국가를 포함하는 FTA망을 통해 안정적 대외 환경 구축과 영향력 확산을 추구한다나아가 ‘아시아로의 회귀’를 꿈꾸는 미국의 TPP 구상에 대응한다는 복합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FTA를 다룬다이에 더해 세계경제의 침체와 전통적으로 중국의 중요한 수출시장인 유럽과 미국일본 경제가 침체한 가운데중국 상품의 수출 다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경제적 동기도 증가하고 있다또 경제적 외부환경이 악화되고중국 국내 내수(특히 소비부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국내 산업과 내수시장을 효율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추구하기 위한 환경적 요인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그렇다 하더라도중국의 거대한 경제규모와 연안과 내륙또 지방 행정단위별 보호주의적 속성중국의 대외 FTA가 상대적으로 낮은 단계의 무역자유화를 지향한다는 점 등으로 보아 FTA나 아시아 역내 국가 다수(16개국)을 아우르는 RCEP이 수반할 중국경제 성장 견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오히려 중국의 FTA구상은 WTO의 무차별 원칙을 우회하여 중국이 희망하는‘맞춤형 대외 무역 및 투자 제도’를 전략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틀로써의 편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양자 간 또는 전략적 고려에 의해 선별된 경제를 대상으로 하는 FTA의 진전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는 경제통합은 벨라 발라사(Bela Balassa)의 경제통합이론에 근거하여 대체로 자유무역지대관세동맹공동시장단일시장/경제통합의 단계를 상정하며, EU가 실천적 사례로 거론된다앞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근접한 유사경제 간의 경제통합에 의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자원 배분 효율성 증가를 도모하는 경제통합 모델은 아시아적 환경에서 그 의미가 제한적이다또 이와 관련된 추상적이며 관념적인 논의에 현실적인 협력 가능성과 다양한 대안이 매몰돼버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기회비용이 실질적 편익을 넘어서는 소모적이며 형식적인 담론으로 파악할 수 있다.


(2) AIIB, NDB, CRA 및 통화 교환(swap)  RQFII 확대 등의 제도적 구상

2014년 들어 중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또 다른 역내 경제협력 방안은 AIIB NDB, 통화 교환과 같은 제도적 장치의 구축을 통한 경제협력 모델이다이는 그동안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IMF World Bank,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된 기구의 성격을 지녔던 ADB등이 지니는 한계성을 극복하고발전 중에 있는 다양한 국가들의 현실적 수요에 맞춰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로부터 출발하고 있다이는 어찌 보면 신자유주의적 경제 논리를 담고 있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응하여 당사국의 고유한 정책 환경과 경로의존적 처방을 선호하는 ‘베이징 컨센서스’의 국제적 확산 기제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하겠다적용 범주나 설립 맥락은 다르지만AIIB NDB, CRA의 추진 배경이나 창설 동기가 대체로 이와 같은 취지와 어긋나지 않는다다른 한편중국이 자국 자본시장의 육성과 위안화 국제화 동기에서 확대해 온 통화 교환 및 해외 적격 기관투자자의 위안화 자산 투자 역시 그 동안 유지돼 온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의 새로운 균형 추구 전략으로 파악할 수 있다이와 같은 제도적 혁신은 기존의 국제경제기구 및 금융제도와 상호 보완적 운영 방식과 구체적 사업 내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단지 기존의 국제 경제 질서를 재편한다거나 기존에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던 주요국의 대척점에서 중국을 구심점으로 하는 세력 균형의 국제 정치경제적 의미를 앞세우는 것은 새로운 갈등구조의 형성이라는 매우 큰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수반하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대안이다.


현실적 대안은 AIIB NDB가 기존의 World Bank, ADB, IMF 등 기관의 정책 사각 지대에서 절실한 투자를 필요로 해왔던 구체적 협력 사업에 실질적 지지자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현실적으로 아시아 금융위기나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구제금융 제공 과정에서 IMF가 제시한 지원 조건이 당사국의 경제 환경이나 현실적 필요성을 외면하고해당 국가 및 경제의 경제주권까지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또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형성 프로젝트의 자금 수요에 대해 이들 기존 제도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에는 한계성이 존재했다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AIIB NDB는 제도 창설을 통한 세계 경제질서 재편이라는 추상적 목표보다는 보다 현실적 프로젝트 중심의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 타당성 및 실천 계획을 이해 당사국과 협력하여 현실적 기구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예를 들면, AIIB의 시범 사업으로서 환서해(발해)도로 및 철도망 구축과 같은 평화 촉진 및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수반하는 사업계획을 북한을 포함하는 한반도 주변국과 협력하여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이 경우한국의 참여 가능성도 높아질 뿐 아니라중국 주도의 새로운 제도 구상이 기존질서를 견제함으로써 갈등을 고조시키는 역기능보다 기존의 국제경제기구가 할 수 없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3의 아시아 경제협력 모델은?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단순히 일회성 경제적 충격이나 정책실패가 아니라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아시아 경제협력 모델의 구상과 관련하여 중요한 함의를 제시한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는 생산구조와 제도의 혁명적 변화를 경험했다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지식기반 산업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는 고부가가치 영역의 팽창과 금융자본의 축적을 초래했으며신용에 기반을 둔 파생 금융상품의 범람과 주요경제의 재정적자는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이제 세계경제는 WTO체제나 FTA 등을 통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철폐와 자유 무역 및 투자의 제도적 보장이라는 소극적 관념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금융위기 이후의 경제적 위기감으로 인해 주요국 정부는 오히려 보호 장벽을 강화하고 있으며주요경제의 상품 및 화폐 과잉 공급과 금융자본의 과도한 국제 유동성이 초래한 거시경제적 파동의 증폭 위험성 등의 도전은 전혀 새로운 성격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을 논의의 초점으로 하는 동아시아의 제도적 경제협력 방안은 주로 양자 또는 다자간 FTA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됐다최근에는 중국 주도의 새로운 제도적 구상이 가시화 됐다그러나 이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들 두 가지 맥락의 모델은 적어도 현재까지의 진척도에 대해 평가한다면높은 국제 정치경제적 거래비용을 수반한다또 중국경제의 구조적 특징과 거대한 다층적 경제규모를 감안한다면, FTA나 경제통합 논의가 정량적 평가만큼 현실적 편익을 가져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기존의 아시아 역내 경제협력 모델에 관한 논의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는 하향식(top-down) 접근법 위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아시아 구성국 및 지역의 경제 및 정치 체제 상이성에도 불구하고국가 주도형 협력체계를 중심으로 아시아 및 동아시아 경제협력 비전과 제도적 틀그리고 교류 협력 문제를 구상해 왔다는 점에서 실천적 한계성을 지닌다그러나 역사적으로 형성된 역내 국가 및 지역 간의 불신과 비생산적 경쟁 관계체제 및 제도의 차이그리고 북한 문제 등을 둘러싼 전략적 이해관계의 상충 등으로 인해 하향식 경제공동체 구상은 아직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높은 거래비용을 수반하고 그 현실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하향식국가 간의 제도적 협력 틀이 지니는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은 역내 지역 또는 산업 간의 상향식(bottom-up) 접근법이다동태적이며 민간 경제 주도의 역내 공급 및 가치 사슬 재구성운송과 물류망 개선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주요도시 간의 비즈니스 및 민간 교류 확대 주제가 그 것이다또 권역별 지방 경제 차원에서의 협력과 경제적 연계성 강화를 통한 경제협력 체계 구축 가능성도 존재한다이와 같은 상향식 접근법은 아시아 역내 경제 간의 다양한 협력 통로를 개척하고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과 새로운 성격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다양한 상향식 역내 경제협력 체계의 구축은 전통적인 공급자 위주의 생산단계 분화 및 공급사슬에 의한 무역 및 투자 구조가 안고 있는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세계금융위기 이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역내 수요 확대를 위한 소비사슬(consumption chain)의 강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정치와 경제중앙과 지방정부안보 및 국가전략제도적 장벽열린 지역주의(open regionalism)의 한계성사회 발전단계 및 체제의 상이성 등의 문제가 모두 분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아시아동아시아그 중에서도 동북아 지역이다또 러시아 동부 권역의 역내 경제 편입가능성 과 북한의 미래에너지와 자원은 물론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이르기 까지 국제관계와 관련하여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양상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역시 이 지역이다.


중국은 ‘경쟁과 이윤 추구를 넘어선 새로운 시장경제 체제’를 정착시켜야 할 거대한 나라다머지않아 중국과 인디아 두 나라 인구를 합하면 30억 명을 넘어선다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의 50억 명 이상 인구 대다수가 산업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향방은 인류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다이제 중국의 경제발전을 계기로 가능해 진 아시아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은 아시아 지역 경제가 외자에 의한 수출주도형 성장과 극심한 계층 격차를 극복하고거대한 인구가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소비 및 발전 모델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중국 지도부나 학계는 설익은 ‘세계질서 재편론’이나 과도한 국가주의를 앞세운 ‘힘의 투사(投射)’가 아닌 새로운 아시아 경제 협력 및 발전 모델나아가서는 사회협력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의 개발을 위해 힘 쏟아야 한다.         


오승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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