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

> 이슈&연구 > 대외경제

RCEP와 TPP의 특성과 향후 전망 및 한국에의 시사점 / 김양희(대구대)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4-04-01
  • 조회수 132
첨부파일 7.jpg

한국은 2013 5월 동아시아의 16개국이 개시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협상에 참여 중이다. 2013 11 29일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협상 참여를 위한 첫 번째 절차인‘관심표명’을 공식화하여 현재 12개 참가국과의 예비 양자협의를 일단락지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다분히 이 둘을 경쟁관계로 파악하나 필자는 그보다 양자간의 긴밀한 연관과 역할분담 측면에 주목한다. 이하에서는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RCEP TPP의 상호 관계를 살펴보고 향후 전망 및 한국에의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전세계적인 메가 FTA의 도미노의 도화선이 된 것이 한미 FTA라는 점은 의외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김양희, 2013). 한국이 2006년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자 이는 미국과 패권다툼을 벌이는 중국의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초래하는 한편 2007년에는 미국과 또 다른 경쟁관계에 있는 EU의 한-EU FTA 협상 개시로도 이어졌다이뿐 아니라, 한미 FTA는 한국과 수출시장에서 경합관계에 있는 일본의 TPP 가입과 일-EU FTA 협상개시로 이어졌다


일본의 TPP 참가 구상에 자극받아 중국은 더더욱 한중 FTA 협상을 재촉하게 되고 이는 다시 일본으로 하여금 2003년 이래 표류하던 한중일 FTA 논의를 협상개시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된다. 한중일 FTA TPP에 조바심이 난 중국, 한중 FTA 효과를 상쇄해야 하는 일본, 더 이상 지체 명분을 못찾은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동상삼몽(同床三夢)’의 산물이다. 한중일 FTA는 또 ASEAN 2012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역내 6개국(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과 각기 체결한 6건의 FTA를 통합하는 모양새로 RCEP 협상을 추진하는 단초가 된다. 급기야 메가 FTA 도미노의 대미는 그간 WTO의 마지막 보루로 보였던 미국과 EU간의 FTA TTIP 장식한다.


이렇듯 미국, EU, 중국, 일본, ASEAN 등 세계 거대경제권이 급작스럽게 메가 FTA의 도미노에 합류하기까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했겠으나 필자는 그중에서도 이른바‘이중 세력전이(dual power transition)’에 주목한다(김양희, 2013).‘ 세력전이(power transition) Organski(1958)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나, 동아시아에는 그 변용이라 할 수 있는‘이중 세력전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동아시아는 글로벌 차원의 미국-중국 간 세력전이에 더해 지역 차원의 중국-일본 간 세력전이가 중첩되어 있는 독특한 지역으로, 이것이 지역경제통합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로 인해 이들 중 한 나라의 FTA 체결은 그 이전의 역학관계의 균형에 균열을 가져와 다른 경쟁국의 연쇄적인 FTA 체결을 불러온다. 말하자면,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한미FTA가 체결되는 순간 이미 메가 FTA의 도미노는 예고된 것이다. 이리하여 세계적으로 한중일 FTA, RCEP, TPP, -EU FTA, TTIP라는 다섯 건의 메가 FTA 협상이 진행 중이며 한국은 그 중 한중일 FTA RCEP 협상에 참가하고 있고 TPP 협상에 관심표명을 한 상태다.


TPP 2006년에 아태지역의 소국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가 발효한 FTA P4(정식명칭은 TPSEPA)를 모태로 한다. 이를‘아시아로의 전략축 이동(Pivot to Asia)’을 위한 효율적 수단으로 인식한 미국이 2008년 전격 합류하여 2010년에 P4확대판인 TPP의 협상이 시작되었고 이후 참가국수는 12개국(TPP12)으로 늘었다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매우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궁극적으로 APEC회원국간의 FTA(FTAAP)를 추구한다.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TPP를 발판으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경제통합의 주도권을 쥐고 장차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규범 제정까지 주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P4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도에 가장 부합되는 FTA인 한미 FTA TPP의 모델(template)로 삼고 있다. 미국에 한미FTA가‘pivot to Asia’를 위한 시발역이라면, TPP는 중간역이고 그 종착역은FTAAP라 할 수 있다.


만일 우여곡절 끝에 TPP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 후(post-TPP) RCEP TPP는 어떤 관계에 놓이게 될까? Petri(2013) TPP 이후 TPP RCEP의 미래가 상호 길항작용의 결과 다음의 세 경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제1경로(consolidation)’는 TPP RCEP의 연대 시나리오다. 양자가 각기 참가국을 늘려가다 TPP보다 낮은 수준에서 미국과 중국도 포함하여 양 FTA의 참가국이 모두 아태지역 FTA로 통합되는 것이다.‘ 제2경로(pathway)’는 양자 중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일방이 나머지를 흡수해 아태지역 FTA로 되는 것이다. 만일 전자가 TPP라면 자국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 한 중국이 불참하거나, RCEP이라면 낮은 수준에 불만을 갖는 미국이 불참할 것으로 전망한다.‘ 제3경로(equilibrium)’는 TPP RCEP와 별개로 미중 FTA가 체결되어 셋 모두 공존하는 경로로, 그는 RCEP보다 높은 수준의 TPP가 경제적 편익이 훨씬 크다고 강조한다


필자는 위 세 경로 중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제1경로라고 전망하나, 중국이 2013 11월 개최된 18 3중전회에서 밝힌 경제개혁 일정에 비춰보건대, TPP보다 낮은 수준이라도 중국내 국영기업 등의 제도개혁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 2경로는 양자의 역사성과 경로의존성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현재는 RCEP의 진척이 더뎌도 위의 특성으로 인해 쉽사리 TPP에 흡수되진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석탄철강공동체(ECSC) 형성을 통한 전쟁 재발 방지와 같은 절박한 유인이 없는 한 잠재적 적대국 간의 무역협정 체결 가능성은 낮았던 역사에 비춰볼 때, 미중 FTA를 상정하는 제3경로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으리라고 본다.




이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해 보자. Petri(2013)를 위시한 많은 이들이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를 그대로 TPP RCEP에 투영시켜 보나, 모두에서 밝혔듯이 필자는 양자의 성격과 주도국, 참가 범위, 진척도 등에서 수평적인 비교가 어려운 단계에 있다고 본다.


우선, TPP에는 자유시장 원리에 입각한 전세계의 규제완화라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선명하게 투사되어 있다. 반면 RCEP에는 TPP에 비해 참가국의 면면이 다기하여 시장접근 이외에는 합의도출이 어려우나, 장차 미국을 능가할 거대시장 중국, 그 못지않은 인도 그리고 일본의 존재와 그간 ASEAN+3를 중심으로 축적되어 온 농밀한 역내가치사슬의 효율화라는 참여국에 강력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TPP RCEP에 공통으로 참여하는 나라가 7개국이나 되며 한국 등 여타 RCEP 참가국들이 TPP 참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도 TPP RCEP가 대체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에 있음을 내포한다. 따라서 양자를 상호 배제와 대체가 아닌 균형과 보완의 시각에서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양자의 진척속도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TPP는 참가국 간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2013 12 19차 협상에서의 타결 목표가 불발되었고 올해 안에 타결될 전망도 불투명하다. 상품양허 분야에서 미일 간 지재권, 환경 및 국유기업 관련 규범에서의 선진국-개도국 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RCEP는 이제 겨우 3차 협상을 끝낸 상태이나 일본, 중국, ASEAN 간 복잡한 셈법이 충돌하는 가운데 거의 진척이 없어 2015년 타결 목표는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은 RCEP보다 TPP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한국도 사실상 TPP 참여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후자에 비해 전자의 추동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게다가 필자는 중국이 RCEP을 주도한다는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RCEP는 한중일 FTA에 자극받은 ASEAN의 반작용이자, 지역통합 주도권을 두고 다투던 중국과 일본의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다. 따라서 구심점이 모호하고 사공이 너무 많아 이변이 없는 한 RCEP보다 TPP가 먼저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역통합전략을 수립할  TPP RCEP을 배제와 대체가 아닌 배치와 보완의 관계로 보는 유연한 사고가 요구된다.


Petri(2013)가 그리는 세 경로에는 다분히 중국이라는 변수가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중국이 TPP에 대응해 RCEP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자장을 벗어나 중국의 주도권 발휘가 용이한 그 무엇이 필요할진대, 필자의 견해로 이는 다름 아닌 한중 FTA. 중국 입장에서 이것이 일본을 자극하여 한중일 FTA를 촉진시키고, RCEP에도 동력을 제공한 지렛대였음이 검증되었다. 나아가 중국은 궁극적으로 TPP 참가까지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중국은 TPP라는 고도의 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국내적으로는 상하이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여 야심찬 개방실험을 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TPP 원형인 한미 FTA를 발효시킨 한국을 TPP의 리트머스 실험지로 삼았다. 나아가 중국은 장차 EU와의 FTA에 대비하여 중-EU 양자투자협정(BIT)을 그 출발점으로 위치 지었다. 중국의 정치경제 레짐에 상대적으로 친화적인 상대는 미국보다 EU이므로 중국은 단독으로 TPP의 문을 두드리기보다 한편으로 한중 FTA와 이를 지렛대로 삼은 역내 FTA, 다른 한편으로는 중-EU FTA를 지렛대로 하여 post-TPP 단계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협상력을 확보하고자 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Petri의 세 경로도 중국의 전략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필자는 당분간 TPP의 맞은 편 저울에 놓일 것은 RCEP보다 한중 FTA라고 본다.


한국정부가 2013 6월‘신통상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이전의‘FTA 허브’를 대체하는 새로운 브렌드로 제시한 것이 이른바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핵심축(linchpin)’역할이다. 이는 곧 TPP 참가의 근거로 이어져, 한국이 RCEP TPP를 연계하는 지역경제통합의 린치핀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췄다. 이에 한국정부가 진정 린치핀이 되고자 한다면, 한중 FTA를 바라보는 시각도 통상전략의 틀을 넘어서 역내지역통합의 전범을 만들고자 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린치핀의 실익을 냉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국내 지지기반 확보가 가능하다. 이를 전제로, 그에 합당한 대외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한국의 전략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한국이 TPP에 참가하게 된다면 이는 미중 간에서 고도의 외교역량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스스로를 내던지는 것이 된다. 한국의 역량 여하에 따라 TPP 참가는 이보다 경제적 효과가 지대한 한중 FTA 협상의 최대 지렛대가 되는 한편, 한중 FTA RCEP뿐 아니라 TPP 협상의 최대 지렛대도 될 수 있다. , 한국은 그로 인한 이득의 독점이 아닌 공유를 추구하는 지역네트워크 구축에 솔선수범해야 비로소 다른 참가국의 견제가 아닌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장차 남북경제통합을 주도하는 예행연습이 될 것이란 점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독일이 유럽통합 과정에서 어떻게 독일통일을 녹여냈는지 배우고 또 배워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린치핀의 역할이 아닐까.


김양희/대구대 경제학과

목록





이전글 중국의 관점에서 본 TPP와 RCEP / 왕쉐펑(중국사회과학원)
다음글 차이나머니, 우리 금융시장의 방패막 되나? / 이치훈(국제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