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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과 학적의 구분 / 김도경(성균중국연구소)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4-01-01
  • 조회수 119

2012 8국무원은 다른 지방에 호적을 둔 이주 가정의 자녀들이 해당 거주지에서 상급 학교로 진학할 수 있도록 각 지방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지방 정부는 이주 가정 자녀들에 대한 의무 교육의 폭을 넓히고자 애써왔는데예를 들어 그들을 위해 특별 학교를 설립한다거나 혹은 일부 국·공립학교를 개방하여 그들이 수학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그런데 정작 문제는 의무 교육 이후였다상급학교로의 진학은 ‘중카오(中考)’나 ‘가오카오(高考) 같은 시험이 필요하였고 이러한 시험은 대부분 호적 소재지에서만 가능하였기 때문에이주 가정의 자녀들은 상급 학교의 진학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국무원이 요청하였던 것이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방안으로이주 가정 자녀들이 거주지에서 진학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시험은 학적지에서전형은 호적지에서


2012년 말부터 2013년까지 각 지방 정부가 국무원에 제출한 방안을 살펴보면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같은 대도시 지역은 진학 시험의 참가 조건이 호적 취득 조건과 거의 동일하다예를 들어베이징은 진학 시험의 업무가 단순한 교육 개혁이 아니라 취업과 주택사회보장공공서비스인구관리 등과 관련된 사안이라 강조하면서 임시로 과도적 조치만 내놓았다안정적인 직장과 주소지사회보험 납입 3년 이상중학교 3년의 교육 과정 이수 등 이러한 조건이 갖춰질 경우에만 중등 직업학교의 진학 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등 교육기관은 더 까다로운데안정적인 주소지와 직장 근무 6년 이상사회보험 납입 6년 이상그리고 고등학교 3년의 교육 과정 이수 등이 갖춰져야 고등 직업학교의 진학 시험에 참가할 수 있다고등 직업학교를 졸업한 이후 우수 학생에 한해 학부 과정에 편입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실제로 조건에 부합하는 이주 가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직업학교로 한정되는 이상의미 있는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하이나 광저우의 경우에도 그 상황은 비슷하다이 두 도시는 모두 현재 점수제에 근거하여 거주증을 발급하거나 후커우를 내주고 있는데연령과 직업기술학력사회보험의 납입 내역상벌이력 등이 주된 평가 항목으로 되어 있다즉 각 항목별로 점수를 차등적으로 매겨서 그 총점이 일정 수준을 넘기는 경우에만 해당 지역의 거주자들과 동일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이주 가정 자녀의 진학 시험도 기본적으로 이 점수와 연동된다예를 들어, 2013 7월 시행된 상하이의 거주증 제도에 의하면연령이 낮고 학력이 높으며 사회보험의 납입 기간이 길고 그 금액이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그 총점이 120점을 넘어야 상하이 시는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터인데이는 진학 시험의 참가 여부를 교육과 별로 상관없는 항목으로 결정하겠다는 뜻이다결국 상하이와 광저우에서 진학 시험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 도시의 호적을 취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대도시의 시행 방안 중에는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항이 있다이른바 ‘지에카오(借考)’라는 것인데일반적으로 ‘지에카오’는 이주 가정 자녀가 호적 소재지가 아닌 거주지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제도이다이는 호적 소재지의 시험 내용과 거주지의 그것이 동일할 경우에만 실행 가능한 제도로서최근에는 각 지방마다 시험 과목과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에카오’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그럼에도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 등의 시행 방안을 보면 ‘지에카오’의 확대가 언급되고 있다베이징은 ‘가오카오’ 중 예체능 방면의 시험에 대하여 2014년부터 ‘지에카오’를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상하이는 교육부의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면 ‘지에카오’의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고광둥성(廣東省역시 2014년부터 ‘지에카오’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즉 설사 시험의 내용이 서로 다르다 할지라도 해당 거주지에 최소한의 학적이 존재한다면 상급 학교로의 진학 시험에 참가하는 것을 허가하겠다는 뜻이다단 입학 전형은 해당 호적 소재지에서 해야 하고따라서 호적 소재지의 사전 동의는 필수가 된다.


실제로 이러한 ‘지에카오’가 얼마나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대학 입학 전형이 주로 지방 별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상이한 시험의 결과를 동일한 잣대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수험생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그에 대한 방지책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시행 여부가 아니라 호적과 학적을 구분해서 보는 시각이다. ‘지에카오’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교육이 반드시 호적에 근거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며따라서 호적과 교육이 분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에카오’의 확대는 호적과 비슷한 수준의 의미를 학적에 부여할 수밖에 없다.


호적과 학적의 구분


호적과 학적을 구분하는 이러한 태도는 대도시가 아닌 다른 지방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예를 들어, 2013 9월 산둥성(山東省교육청이 발표한 2014년도 ‘가오카오’ 시행 계획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이주 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이 가오카오에 등록할 수 있도록 호적제의 제한을 없앤다. 2014년부터 우리 성(고등학교의 학적을 가지고 있고 온전한 학습 경력을 갖춘 졸업생이라면 모두 해당 지역(수학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소재지)의 가오카오에 등록하여 참가할 수 있으며아울러 일반 수험생과 동일한 전형 과정을 누릴 수 있다." (「산둥성2014년 일반 고등교육 시험 및 전형 업무의 시행 방안」 )


산둥성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마쳤다면누구든 호적과 상관없이 ‘가오카오’에 참여할 수 있고 전형 역시 산둥성에서 할 수 있다물론 산둥성의 이주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해서는 안 된다그러나 2010년 전국인구조사 당시 다른 성에서 이주해 온 인구의 수가 211만 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둥성의 조치를 낮게 평가해서도 안 된다산둥성의 211만 명은 299만 명이었던 텐진(天津)보다 불과 한 단계 아래의 순위였다.


“이주 가정 자녀가 가오카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2014년부터 우리 성 고등학교의 학적을 가지고 있고 3년 동안 온전한 학습을 거친 졸업생이라면 해당 지역(수학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소재지)에서 가오카오에 참여할 수 있다.학부와 전문대의 전형에 참가할 수 있으며일반 수험생과 동일한 전형 과정을 누릴 수 있다. (「의무 교육 이후 이주 가정 자녀의 진학 시험 허용에 대한 푸젠성 교육청 및 4개 부처의 의견」 )


산둥성의 표현과 흡사한 위 인용문은 놀랍게도(?) 푸젠성(福建省)의 시행 계획이다푸젠성은 타 지방 출신 이주자가 대표적으로 많은 지방 중 하나로, 2010년 전국인구조사 당시 다른 성에서 이주해 온 인구가 431만 명에 달하였고,순위로는 여섯 번째에 해당하였다따라서 푸젠성이 이와 같은 진학 시험 개혁을 실시한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교육이라는 공공서비스와 호적 사이의 상관성이 중국에서 점차 옅어져 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인 것이다.




호적제 개혁의 우회로


도시 인구의 증가를 강조하는 ‘신형 도시화’에서는 호적 제도의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각종 공공서비스가 호적을 근거로 제시되는 이상호적을 자유롭게 옮길 수 없다면 그것은 도시 인구의 증가를 방해하는 진입 장벽일 수밖에 없다특히 도시에서 이미 안정적인 직장과 거주지를 확보한 농업 후커우의 가정이라면 도시 주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호적 제도의 철폐나 혹은 완화를 외칠 수밖에 없다실제로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호적 이동의 조건을 완화해 왔다중소도시의 호적은 이제 비교적 쉽게 취득할 수 있고상하이나 광저우와 같은 대도시도 앞에서도 살펴보았듯 호적을 취득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호적 제도의 개혁은 단순히 호적 취득 조건의 완화를 통해서만 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호적 제도에서 문제시 되는 부분이 호적에 근거한 공공서비스의 제공이라면공공서비스를 호적이 아닌 인구에 근거해 제공함으로써 호적 제도의 폐단은 우회될 수 있다위에서 살펴보았던 학적과 호적의 구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호적제의 폐단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사안은 교육이지만현재 중국은 학적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으로 교육이라는 공공서비스를 호적에서 분리시키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굳이 호적을 옮기지 않더라도 호적을 옮긴 것과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각각의 공공서비스가 하나씩 호적에서 분리되는 과정이 번거롭고 비효율적일 수는 있지만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면 이러한 방식의 호적제 개혁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우회로로 기능할 수 있다.


물론 산둥성이나 푸젠성의 조치가 실제 효과로 이어지려면 근본적으로 학생 모집과 ‘가오카오’가 분리되어야 한다.현재 중국의 많은 대학은 ‘가오카오’ 점수에 근거하여 주로 학생 모집에 나서기 때문에 각 지방에서 몇 등을 했느냐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따라서 다른 성에서 이주해 온 인구가 많다는 사실은 본래 그 지역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에게 불이익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이것은 궁극적으로 이주 가정 자녀의 진학 시험 참여를 반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만약 이러한 이익 관계가 적절히 조정되지 않는다면 산둥성이나 푸젠성의 조치는 다른 지방으로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고 실제적인 효과 역시 미약할 수밖에 없다결국 핵심은 ‘가오카오’의 개혁이다대학의 자율성이 커지고 학생 모집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을 때호적제 개혁의 우회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18 3중전회 결정의 교육 개혁 부분은 그런 점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학생모집제도의 개혁을 추진한다학생모집과 시험을 상대적으로 분리하고학생들이 여러 번 시험을 치러 선택할 수 있게 하며학교는 법에 근거하여 자율적으로 학생을 모집하도록 한다전문기구가 조직 및 실시하도록 하고정부가 거시적으로 관리하며사회가 감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 기제를 모색한다. (「개혁의 전면적인 심화와 관련된 몇 가지 중요 문제에 대한 중공중앙의 결정」 )


김도경/성균중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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